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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신림동 고시원 화재 현장… 장애인ㆍ저소득층 주민들 갈 곳 잃어 한숨만
지난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불이야 소리에 휴대폰만 들고 겨우 대피
-“하루 벌어 사는데 눈 앞 캄캄해” 하소연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불이야 소리’에 핸드폰이랑 지갑만 들고 옥상으로 대피했어요. 당장 오늘 일 나가야 하는데… 다 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에요.”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모텔에서 기자와 만난 김모(70)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밤 살고 있던 고시원에 불이나 머물 곳이 사라지자 가까운 모텔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연기가 어찌나 가득 찼는지 앞이 하나도 안보였다. 손으로 벽을 더듬거리면서 겨우 빠져 나왔는데 아직도 정신이 없다”며 횡설수설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7시께 관악구 신림동 소재 5층짜리 고시원 2층에서 불이 나 오후 7시 42분께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주민 9명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병원에 이송됐다. 1명은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이고, 나머지 8명은 단순 연기 흡입으로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난 고시원 주민 20여명은 구청의 긴급 지원에 따라 현재 인근 모텔 2군데에 나눠 대피해 있다.
신림 고시원 화재로 주민들은 인근 모텔로 대피했다. 모텔에서 만난 주민 김모(83) 씨.[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불이난 고시원에는 장애인, 일용직 노동자 등 저소득층이 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시원 주민 황모(66) 씨는 시각장애인 1급으로 5년 전부터 이곳에 살았다. 황 씨는 화재 당시 4층에 있었는데 벽을 손으로 짚으면서 계단으로 겨우 빠져 나왔다. 그가 거주했던 2층은 모두 불에 탔다. 그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도 한달 35만원 고시원 가격이 부담스러워 사장님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15만원만 내고 나머지는 고시원 쓰레기 정리를 하는 걸로 봐줬다”면서 “사장님이 좋은 분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모텔에서 만난 고시원 주민 황모(66) 씨는 “연기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벽을 손으로 짚으면서 계단으로 겨우 빠져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모텔에서 만난 고시원 주민 김영무(83) 씨는 고시원이 걱정이 돼 아침까지 화재 현장 근처를 맴돌았다. 그는 “가족들은 다 죽고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며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언제 갈 수 있느냐”며 안절부절 못했다. 지켜보던 구청 직원은 “고시원이 정리가 안되어 가시면 위험하니 당분간 이곳에 머무르라”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고시원 화재는 2층 방에 켜놓았던 향초의 불이 주변으로 옮겨 붙으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이 방에는 고시원 사장의 모친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시원 사장 최모 씨는 “향초가 넘어져 불이 났는지 아니면 열린 방문으로 누군가 들어와 넘어뜨렸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1차 현장감식은 마친 상태며 앞으로 정밀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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