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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라이벌
수사의 계절이다. 소위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 수사에 검ㆍ경이 경쟁적으로 달려들었다. 이 수사에선 검사의 잘못을 가뿐히 덮어줬던 검찰 조직이 등장했고, ‘경찰청장이 베프’인 한 아저씨의 딸은 마약범임에도 풀려났으며, 힘 없던 20대 여성 연예인의 죽음은 또다른 용기있는 동료 연예인의 고백이 있고 나서야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권력은 ‘영화 장학썬’의 주요 테마고,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며, 난잡한 그들만의 놀이에 사용된 마약은 일종의 ‘감초 역할’ 쯤 된다. 수사야 수사당국이 열심히 할 것이니 지켜보자. 개인적으로 더 관심있는 부분은 ‘검찰 vs 경찰’의 구도 하에 치러지는 권력 기관 사이의 경쟁, 소위 ‘라이벌전’이다.

검ㆍ경 라이벌전의 큰 밑그림은 사실 청와대가 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렀다. 법무부는 검찰의 상위 기관이고, 행안부는 경찰의 상위기관이다. 대통령은 두 장관을 불러 사건의 본질을 ‘비호와 은폐’라고 정의했다. 검찰이 검사를 봐주고(김학의 사건), 경찰은 경찰관을 비호(버닝썬 사건)했으며, 경찰과 검찰이 함께 사건을 덮었던(장자연 사건) 사안에 대해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라고 대통령은 지시했다.

검찰과 경찰이 맞붙었으니 무엇이 ‘우승 트로피’가 될 것이냐도 관전 포인트다. 트로피는 당연히 수사권이다. 현행 법률상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 두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전 세계 비슷한 사례가 없을만큼 강력한 권한이다. 문재인 정부는 수사권 일부를 경찰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수사권 조정안을 추진중이다. 검찰이 가진 과도한 권력을 경찰에게 넘겨 검ㆍ경이 서로를 견제토록 하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다. 검찰은 적게 내주기 위해, 경찰은 많이 가져오기 위해 라이벌전을 벌이는 중이다. 검ㆍ경 라이벌전의 주요 타깃은 여론이다. ‘우리가 더 수사를 잘한다’, ‘우리는 조직 내부의 치부를 더 강하게 도려낼 수 있다’는 수사기관의 주장을 현실로 입증하기 위해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여론도 움직인다.

검경이 각각 얻은 현재 스코어는 몇점쯤 될까. 일단 경찰은 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강남경찰서와 버닝썬의 유착 사건에서 나온 최고위급 경찰은 총경급 인사 1명뿐이다. 경찰은 해당 총경에 대해 김영란법을 적용해 의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뇌물죄를 적용키 어려울 때 사용하는 대안일 뿐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처벌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때마침 터져나온 황하나 마약 무혐의 사안은 경찰이 돈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다 풀어줬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관악경찰서 경찰이 주점 영업자와 술을 마시고 ‘덤터기 영업’ 범죄를 눈감아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못믿을 경찰’ 비판은 커지고 있다.

김학의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 역시 아직은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특별수사단 수사 착수가 2주도 지나지 않아 시간적 한계가 있다손 치더라도, 김학의가 피해 여성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 한 것은 김학의 스스로 소송에 자신감이 붙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심야에 해외 도주를 시도했던 김학의가 반격에 나선 것은 검찰의 수사 예봉이 무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모처럼 경쟁적으로 붙은 검경의 라이벌전이 국민 기대치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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