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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바른미래당의 만성질환, 결정장애를 넘어서야 한다
바른미래당의 노선갈등은 만성적이고 치명적이다. 나름 정치적으로 훈련된 다선 정치인들과 합산해서 30% 가까운 지지율을 보인 대선주자들이 참여한 시도가 이렇게 허망하게 혼란만 일으키는 것을 보며 무엇이 잘못돼 가는지 고민하게 된다.

바른미래당은 중도를 표명한다. 최근 손학규 대표는 중도이면서 보수와 진보까지 포함한다고 했다. 결국 존재 자체가 모순인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주력상품이다. 물론 대한민국 정치에서 중도라는 단어는 상당히 매력적인 정치구호로 받아들여져 왔다. 여론조사마다 대한민국 국민 상당수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밝히고 그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은 없었기에 보수와 진보가 한 축씩 차지한 지형 속에서 새로 출현하는 정당은 중도라는 자리를 잡으면 어느 정도 기반을 얻을 수 있다는 진단에서 시작한다.

다만 지금까지 국민의 중도 선호가 보수와 진보 양극을 대표하는 정당에 대한 반감 성격이었는지, 진짜 중도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회식 때마다 중화요리와 삼겹살 중에 고르는 일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메뉴를 고르자는 의견이 비등할 수 있지만, 그것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고, 그 빈자리를 생소한 인도 요리가 차지할 수 있을지는 단순하지 않은 문제다. 가게 차리기 전에 시장조사를 해야 그 수요를 잡을 수 있다.

정치적 지향점에서 중도는 보통 이념적 경직성이 아닌 합리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사안별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바른미래당과 같이 다양한 구성원을 가진 집단에 그 합리적 유연성이라는 것은 아무 선택도 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양립하는 학설은 상반되는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각자의 논리적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서 양립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옳은 것을 가려 선택한다는 중도의 취지는 퇴색하게 된다. 오히려 지도자 신념에 따른 선택이 중요하고, 그리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옳다는 독선이 아니라면 상호 간에 논리적으로 호각을 이루는 논쟁에서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하는 이 모순을 탈피하기 위해서 혹자는 ‘극중주의’라는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교착상태를 깨기 위한 고심은 존중하나 그 개념은 중도를 더 모호함의 영역으로 빠뜨렸다. 결정장애 수준이 아니라 애초에 어떠한 책임질 만한 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극중주의다.

바른미래당은 중도의 환상에서 벗어나서 정상적인 정당이 가는 ‘중도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 바른미래당을 진보나 좌익의 영역에 두고 해석하는 분석은 없다. 구성원들의 조합을 보아도 그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세평이다. 그렇다면 보수, 아니면 창당 당시에 유승민과 안철수 두 대선후보가 합의했던 것처럼 중도보수 정도를 이념적 지향점으로 놓고 정책을 펼치되, 선거와 같은 중요한 지점에서는 개별 정책에 대해 선별적으로 ‘중도화’를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중도를 표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위에서 열거했지만, 역설적으로 어떤 정당도 선거에서 집권하기 위해서는 ‘중도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근데 이 중도보수에 좌표를 두고 중도화를 지향하는 전략도 기존에 강제된 보수와 진보라는 2극 체제 내에서 좌표를 설정하기 위해 억지로 하는 선택이다. 가장 진취적인 근본적인 선택은 전장의 구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산업화에 대한 젊은 시절의 열정과 추억으로 똘똘 뭉친 산업화 기득권에 대항해 60대 이상을 주지지층으로 삼을 수 있을까. 아니면 더불어민주당처럼 586의 동지의식과 민주화운동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는 민주화 기득권과 맞서 40ㆍ50세대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을까.

결국, 양당제를 일으키는 보수, 진보의 2극 체제를 탈피하려면 정치의 문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기득권에 밀려 정치적으로 갈 곳을 잃고 대변자를 잃은 20ㆍ30세대를 위한 고민과 노력이 있다면 어쩌면 2극 체제는 3극체제로 분화할 수 있을 것이고 손학규 대표가 늘 주장하는 다당제도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개월간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겠다는 손학규 모델로 3.57%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적어도 기존의 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움으로 경쟁해 성공한 앙마르슈와 마크롱의 모델을 우리 현실에 맞게 추진해보는 것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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