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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개업 풍전등화 위기…전문성 높여 국민신뢰 되찾을 것”
박용현 신임 협회장 인터뷰
자격증없는 실장 업무제한 추진
분양대행·관리대행·컨설팅 등
역량 키워 사업영역 확장 준비
영세성 탈피 대형 법인화 필수

제 12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에 취임한 박용현 신임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인중개사의 전문성 확대,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해묵 기자/mook@]

“지금 부동산 다 죽었습니다. 너무나 어렵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관에서 만난 박용현 제 12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신임 회장은 솔직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인사말을 나눈 이후에도 연신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근 거래절벽으로 침체돼 있는 부동산 시장과 이로 인해 공인중개업계가 직면한 ‘벼랑 끝 상황’이 고스란히 기자에게 전달됐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치러진 협회장 선거에서 57.8%의 득표율로 약 10만6000여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규모 법정단체의 수장으로 올라섰다. 당선 이후 3개월 동안은 전국 23개 지부를 돌며 의견을 청취하는 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24일 개최된 공식 취임식에서도 박 회장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오늘날 극심한 거래절벽을 겪고 있는 부동산중개업계의 현실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공인중개사의 권익신장과 제도 개선을 통해 중개업계의 백년대계를 당당하게 바로 세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이 협회장으로 당선될 무렵은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매매가 급감한 시기와 맞물린다. 같은 시기 5년 만에 공인중개업소 폐업건수가 개업 건수를 넘어섰고, 이런 와중에 중개 사고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허위매물, 과장광고 논란 등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시장 침체 전국 확산’, 이럴수록 중개사 전문성 확대 시급”=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박 회장은 “처음에는 서울만 규제하니까 서울 지역만 어렵다고 했는데, 시장 침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영남권은 미분양부터 시작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사정이 더 어려웠다”며 “‘적어도 정상적인 거래는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현장 목소리가 높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다른 어느 때보다 업계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가 제시하는 핵심 해결책은 ‘전문성 확대’와 ‘신뢰 확보’다.

전문성 확보와 관련 그는 ▷중개사의 업역 확장 ▷대형 부동산 법인화 필요성 ▷실시간 데이터 제공 등을 들었다. 박 회장은 “이제는 중개사들이 중개 전문가가 아니라, 부동산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분양대행, 관리대행, 컨설팅 등은 중개사가 역량을 키우면 모두 다 할 수 있는 범주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분양을 할 때 분양조직은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지역에 오래 머문 중개사를 통하게 된다면 전반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세성을 탈피하고 큰 규모로 움직일 수 있는 대형 법인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중개사들도 언제까지 단지 내 상가에만 머물 수만은 없다. 파이를 키워가며 법인화를 해야 역량도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 세무사와도 함께 일하며 큰 물건도 흡수할 수 있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들 중개사 데이터 적극 활용, 실시간 시세 정보 앱도 출시”=‘직거래 어플리케이션’ 등의 출현으로 중개업 자체가 도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보유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관건이다. 여기에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협회에는 중개사들만 사용하는 정보망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이걸 활용하는 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고객들이 협회가 운영하는 부동산 거래 정보망 어플리케이션 ‘한방’만 이용해도 ‘전국 어디 물건이라도 살 수 있고, 팔 수 있다’고 알게 되면, 그 어느 곳도 경쟁 상대가 안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박 회장이 올해 상반기 중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 정보를 담은 테스트 버전 성격의 어플리케이션을 내놓고, 과거 데이터는 물론 전국 부동산 시황 자료를 이르면 연내 출시하기로 한 것도 데이터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박 회장은 “협회에서 곧 공개할 주택 시황 정보 자료가 상용화될 경우 정책 대응을 해야 하는 정부도 지금보다 훨씬 더 세밀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합격자수 조절은 필수”=국민 신뢰 회복도 박 회장이 제시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와 관련 그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합격자수 조절 ▷중개보조원 축소 ▷협회 의무 가입화 및 조직문화 개선 등을 꼽았다.

박 회장은 “공인중개사의 위상 강화 등을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인중개사 합격자수 조절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법제도와 시장 상황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유독 공인중개사는 일단 자격증을 따기만 하면 언제든 개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업계 내부에서도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개보조원 축소도 업계 신뢰 회복과 직결된다고 박 회장은 보고 있다. 일선 부동산에서 이른바 ‘실장’으로 통하는 중개보조원은 원래 현장 안내나 단순 서무 등만 처리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막상 일손이 부족하면 직접 거래까지 개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 지식이 부족한 중개보조원이 거래를 전담할 경우 계약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법적인 책임도 거의 지지 않아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중개보조원의 숫자를 공인중개사 1명당 1명으로 제한하고, 정식 명칭도 ‘중개’를 떼고 ‘사무원’ 정도로 바꾸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협회의 의무 가입화 및 조직문화 개선에 대해서도 “임기 내 이뤄내고 싶은 부분”이라고 지목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법 제 41조에 따른 법정단체는 맞지만, 단체 가입이 자율의사에 따라 정해진다. 대한의사협회나 대한변호사협회와 다른 점이다.

그는 “불법 자격증 대여 같은 문제에 대해 협회의 자율적인 지도 감독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할 것”이라며 “시장 질서 확보는 물론 국민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그간 모든 권한이 다 중앙에 있었는데, 회원이 중심이 되는 자율적인 협회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규제에 따른 더 큰 부작용 우려, 세밀한 정부조치 필요”=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박 회장은 ‘시의적절한 처방’을 요구했다. 그는 “환자만 하더라도 초기에 어느정도 됐을 때 치료를 받으면 회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일정 수준을 넘어버리면 회생이 안 된다”며 “부동산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 침체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부동산 시장을 부양해야 하는데, 정작 그때 가서는 지금의 규제로 인해 더 큰 부작용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규제지역을 묶을 때도 세부적으로 구분해서 ‘핀셋 지정’을 하고 나머지 지역은 완화를 하는 세밀한 정부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양대근ㆍ양영경 기자/bi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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