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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영 ‘해치’ 삶과 정치가 무엇인지를 묻고, 성군의 길을 제시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SBS 월화드라마 ‘해치’는 새로운 형태의 정통 사극이다. 30일 종영하면서 여운을 남겼다.

‘해치’는 삶과 정치가 무엇인지를 묻고, 성군의 길을 제시했다. “몸의 반, 천민의 피가 흐르는” 영조 이금(정일우)은 그 결핍을 오히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제로 활용해 좋은 정치문화를 만들어냈다.

영조 이금은 이전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탕평의 길을 걸었다. 몰락한 남인 이인좌의 난을 진압하고 나서도 남인을 등용했다. 당색을 넘는 고른 등용에 노론 등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영조의 강한 뚝심으로 탕평을 관철시켰다.

“저것들은 언제까지 지지고 볶고 싸움만 하고 있어. 이러니 양민만 수탈당하고 죽어나간다.”

노론과 소론때문에 지긋한 당파싸움에 백성이 한 말이다. 이 말은 현재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영조는 사헌부 인사권을 쥐고 있던 이조전랑을 혁파하고 제도를 전면 개혁했다.

이렇게 힘든 일을 영조는 왜 하는 것일까? 그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노론의 수장인 민진헌(이경영)의 종반부 급작스런 입장 변화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았지만, 이 노정객의 정치에 관련된 핵심 대사는 되새겨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는 영조에게 “지치지 않고 실망하지 않고 오래된 희망을 결국 놓치지 않는 것.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죠”라고 말한다. 이어 “현실(정치)에서는 선악 심판이 불가능합니다.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입니다. 패자는 권력을 잃는 것이고 죽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삶이란, 정치란 불가능한 꿈을 꾸며 더디게 나아가는 것이지요”라고 했다.

오랜 기간 영조를 연모해온 여지(고아라)는 “내가 군왕 자격이 있는가”라는 영조의 질문에 “그것을 묻고 있는 것만으로도 군왕자격이 있습니다. 때로는 그릇된 졀정을 하겠죠. 그러나 계속 질문하겠죠. 그것이 전하를 연모하는 까락입니다”라고 말했다.

‘해치’ 최종회에서는 영조가 위병주(한상진)-이인좌(고주원)의 처단을 발판삼아 반란군을 진압하고 치세를 굳건히 하며 태평성대를 여는 모습이 그려졌다. 영조는 백성과 직접 소통하는 ‘임문’을 즐겨, 대신들은 피곤해하지만 백성들로부터는 큰 인기를 얻었다.

소현세자의 적통 후계로 왕좌를 향한 어그러진 욕망을 폭발시켰던 밀풍군(정문성)은 끝내 자결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또한 박문수(권율)는 암행어사로 이름을 날리고 달문(박훈)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활약했으며, 여지(고아라)는 영조와 영원을 약속하며 가슴 따뜻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또한 영조는 백성의 삶을 하나하나 챙기는 진정한 성군의 길을 열며 깊은 여운을 더했다.

# 젊은 영조에서 사헌부까지! 시대를 관통

‘해치’가 전통 사극의 진화를 선보인 데에는 ‘갓이영’ 김이영 작가의 필력이 한몫 했다. 김이영 작가는 ‘이산’-‘동이’-‘마의’로 한껏 끌어올린 시청자들의 기대를 ‘해치’로 뛰어넘으며 또 한 번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지금껏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영조의 청년기, 사헌부를 전면에 내세워 출생적 한계를 지녔던 군주가 출신에 연연하지 않고 백성을 진정으로 아끼며 성군의 길을 걷는 모습으로 감동을 전했다.

또한 새로운 조선을 만들기 위해 사헌부 전면 개혁을 실시하는 등 현대를 관통하는 과감한 개혁 정책은 한 시도 지루할 틈 없는 전개로 이어져 매회 시청자들의 무릎을 치게 했다. 여기에 왕좌를 놓고 벌이는 연잉군, 경종(한승현), 밀풍군의 권력 밀당과 노소론과 남인의 파벌이 만든 복잡미묘한 사건 등 역사적 사실을 젊고 과감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하고 여기에 현대적인 메시지까지 담아낸 ‘해치’의 성과가 돋보였다.

# 영조부터 사헌부 소유까지! 모든 캐릭터 빛낸 이용석 감독 연출력

‘해치’가 남녀노소 모든 시청자층을 끌어들이는데 이용석 감독의 힘 있는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 숙종(김갑수)-연령군(노영학)-한정석(이필모) 등 주요 인물의 죽음과 왕좌를 둘러싼 연잉군-밀풍군의 ‘치열한 왕자의 난’이 벌어진 극 초반부터 ‘이인좌의 난’이 일어난 마지막까지 단단한 연출력을 자랑했다. 시종 긴장감 넘쳤고 권력 암투, 로맨스, 코미디를 아우르는 절묘한 밸런스 또한 압권이었다.

특히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자아냈던 것은 영조-여지-박문수-달문 등 주요 인물뿐만 아니라 사헌부 소유 장달(전배수), 아봉(안승균) 콤비까지 모든 캐릭터의 활약을 담아냈다는 점. ‘해치’를 통해 이용석 감독의 진가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 정일우-고아라-권율→이경영-정문성! 배우들의 열연

정일우는 타고난 왕재를 갖췄지만 천출이라는 이유로 핍박 받은 문제적 왕자에서 온갖 역경에 맞서 싸운 왕세제, 따뜻하고 올곧은 성정을 지닌 영조까지 소화했다. 고아라는 단단한 내면을 품은 사헌부 다모 여지를 묘사했고, 권율은 정의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헌부 감찰 박문수를 깊이 있는 연기로 그려냈다.

박훈은 충성심 넘치는 왈패와 옛 연인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는 사내의 모습을 열연했다. 특히 이경영-정문성의 하드캐리가 빛났다. 이경영은 자타공인 연기장인답게 호랑이 같은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며 정일우와 입체적인 군신관계를 그려냈다.

정문성은 정일우와 대척점에 선 희대의 문제아로 ‘양극단의 왕자’라는 입체적인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하며 최고의 ‘빌런’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김갑수-한상진-이필모-남기애-배정화-박지연-한지상 등 모든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해 좋은 조합을 만들어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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