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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대북 인도지원으로 ‘출구 찾기’…압박과 인도는 별개
-北주민 심각한 단백질 부족 “계란도 1년에 2~3번”
-南, 남북대화 물꼬 틀 직접지원 가능성 배제 안해

한국과 미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를 활용한 하노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대화 재개 검토에 나섰다. 방한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9일 오전 숙소를 나서고 있다. 비건 대표는 방한 기간 대북 인도지원과 관련한 한미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카드를 활용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출구 찾기’에 나섰다. 한국은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방침을 공식화하고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은 한국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과 관련해 개입ㆍ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미, 비건 방한 계기 대북지원 조율=한미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 계기로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를 중점 조율할 전망이다. 전날 방한한 비건 대표는 9일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찬 회동을 갖고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 계획 등을 비롯한 한반도정세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한미는 심각한 수준의 식량난에 처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 인도주의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점은 물론 북한의 비핵화 협상 궤도 이탈을 막고 협상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공여 등 간접 지원은 물론 남북 당국간 직접 지원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애초 정부는 직접 지원은 주는 남측이나 받는 북측 모두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 지난 2017년 9월 추진했던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지원사업 공여와 같은 형태의 간접 지원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이제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 단계여서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직접 지원이냐 기구를 통한 지원이냐의 문제를 포함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직접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직접 지원을 위해서는 규모와 시기, 수송 방법 등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남북 간 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자연스럽게 남북대화 재개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직접 지원은 2010년 신의주 등 수해 지원을 위한 쌀 5000t과 컵라면 30만개 전달,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은 2007년 WFP를 통한 옥수수 등 190억 상당의 식량 전달이 마지막이다.

▶북한 인구 40% 1010만명 식량 부족=관건은 북한의 수용 여부다. 북한은 과거 식량지원 때도 특유의 자존심을 내세우곤 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대한 무응답을 비롯해 4ㆍ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 불참과 공동유해발굴, 체육회담,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과 관련한 침묵 등 남북관계에서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직접 지원을 거절한다면 오히려 악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이미 심각한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 지원을 요청했고, 무엇보다 남북대화와 북미협상을 마냥 거부하기 어려운 만큼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전날 지난 4일 발사한 단거리발사체에 대해 정상적 군사훈련의 일환이자 자체방어적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며 추가 무력시위를 자제할 것임을 시사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압박 지속 방침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 백악관은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면서도 대북 최대 압박 전략은 지속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WFP는 북한 현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3일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식량 수요는 576만t인데 비해 생산량은 417만t으로 전망하면서 159만t이 부족할 것으로 집계했다. 또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010만명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로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벨그레이브 WFP 평양사무소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민 대부분이 쌀 등 곡류와 김치 등 약간의 채소만 일상적으로 먹을 뿐 단백질 섭취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고기를 먹는 것은 고사하고 계란도 연간 2~3차례 먹는데 그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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