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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그 후] ‘버스난동’ 대학생은 왜 친했던 교수에게 살해 협박을 했을까
- A교수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 “정신질환 학생에 대한 치료, 보호 대책 강구해야”
- A교수 “개인 문제 아닌 치료감호제의 문제… 심신미약 지원 시스템 아쉬워”


[jtbc 방송캡처]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매일같이 연락하던 아끼던 제자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답답하고 막막했습니다”

지난 7일 낮 중앙대학교 대학생이 버스에서 흉기로 난동을 부린 사건을 바라본 A교수의 마음은 복잡했다. A교수는 난동을 부린 조현병 학생이 평소 유일하게 따랐던 사람이었다. A교수는 학업에 열정적이었던 학생이라 애정을 갖고 살뜰히 챙겼지만 악화되는 증세는 막지 못했다. 매일같이 수차례 연락하며 교수를 따랐던 학생은 사건 발생 전날부터 교수에게 “죽여버리겠다”고 협박 문자를 보냈다. 버스 흉기난동은 이 교수에게 가는 길에 벌어진 일이었다.

교수가 이 학생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가을. 당시 A 교수는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는 학생이 ‘조금 독특하다. 그래서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A 교수는 “나 자신도 어렵게 공부를 했기 때문에 열의있는 학생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학생의 병세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잘 가르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교수는 학생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학생의 평소 고민거리를 들어주며 가까이 지냈다. 학생은 교수에게 학업, 진로 등 자신의 고민거리를 나눴고 늘 다정하게 자신을 챙기는 교수에게 학생은 ‘감동스럽다, 존경한다’는 애정표현도 했다. 외톨이처럼 지냈던 그에게 교수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런데 올해 4월부터 학생의 증상이 심각해졌다. 건물 10층에 올라가 난동을 부리거나 학교 연못에 뛰어드는 등 종종 이상행동을 보이더니 교수에게 노골적인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학생은 난데없이 ‘승부를 가르자’, ‘생사를 걸자’는 등 협박 문자를 교수에게 보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교수는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교수가 직접 고소고발을 하거나 실질적인 위해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경찰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수는 딜레마에 빠졌다.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를 고소하는 건 교수로서 절대 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다. 결국 학교 측이 경찰에 협조요청을 해 경찰이 출동했고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5월부터 다시 학생의 증상이 악화됐다. 사건 발생 이틀 전인 5일 늦은 밤, 학생은 교수에게 한국 교육 시스템에 대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학생을 잘 아는 교수는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했다. 사건 발생 당일인 7일엔 학생은 ‘학교 연못에서 만나자’며 살해 협박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학생은 7일 낮 12시 55분께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서울캠퍼스 후문 인근을 지나는 마을버스 안에서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휘두르며 승객들을 위협했고, 현장에 있던 시민들에게 제압됐다. 경찰은 그를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했고 병원에 응급 입원시켰다.

이날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교수는 당시 사건에 대한 기사가 나가고 걱정이 깊어졌다. 학생이 기사를 보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냈던 교수가 자신을 벌하기 위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오해할까봐 염려됐다. 교수는 전후 사정을 알리기 위해 직접 담당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교수는 “단순히 교수와 학생간의 다툼으로 비춰질까 우려됐다”며 “해당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신질환 치료감호 제도, 심신미약자에 대한 지원 시스템에 대한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4월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도 고소고발을 해야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하는 등 학교의 대응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질환 학생에 대한 보호, 치료 방법을 제도적으로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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