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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해” 협박 문자…버스서 난동 대학생, 교수와 친했다는데 왜?
“심신미약자 지원 시스템 문제
사제간 충돌로 비춰질까 우려”

“매일같이 연락하던 아끼던 제자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답답하고 막막했습니다.”

지난 7일 낮 중앙대학교 대학생이 버스에서 흉기로 난동을 부린 사건을 바라본 A교수의 마음은 복잡했다. 이 학생은 A교수에게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문자를 보낸 뒤 버스 안에서 난동을 부리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에 제압당했다. 경찰은 그를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했고 병원에 응급 입원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A교수는 이 학생이 평소 유일하게 따랐던 사람이었다.

A교수는 10일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학생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는 학생이 조금 독특하고 그래서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 자신도 어렵게 공부했기 때문에 열의있는 학생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학생의 병세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잘 가르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학생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학생의 평소 고민을 들어주며 가까이 지냈다. 학생은 교수에게 학업, 진로 등 자신의 고민거리를 나눴고 늘 다정하게 자신을 챙기는 교수에게 학생은 ‘감동스럽다, 존경한다’는 애정표현도 했다. 외톨이처럼 지냈던 그에게 교수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런데 올해 4월부터 학생의 증세가 심각해졌다. 건물 10층에 올라가 난동을 부리거나 학교 연못에 뛰어드는 등 종종 이상행동을 보이더니 교수에게 노골적인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5일 늦은 밤 학생은 교수에게 한국 교육 시스템에 대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고, 사건 발생 당일인 7일엔 학생은 ‘학교 연못에서 만나자’며 살해 협박했다. 결국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학생은 7일 낮 12시 55분께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서울캠퍼스 후문 인근을 지나는 마을버스 안에서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휘두르다 경찰에 체포됐다.

교수는 “단순히 교수와 학생간의 다툼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며 “해당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신질환 치료감호 제도, 심신미약자에 대한 지원 시스템에 대한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4월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도 고소고발을 해야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하는 등 학교의 대응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질환 학생에 대한 보호, 치료 방법을 제도적으로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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