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 이미지ㆍ세력 불리기 등 전략
-정면돌파 孫ㆍ호남계 세력대결 관측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왼쪽)이 투표를 마치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이 응원한 오신환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사실상 잠행을 마쳤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물러난 유 전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을 기점으로 연일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대척점에 있는 호남계를 상대로 당권을 쟁취한 후 다시 정치권 정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유 전 대표의 안착 전략은 ▷합리적 야당 이미지 구축 ▷세 불리기 등으로 보인다. 이미 자기가 민 오신환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해 기반은 다졌다는 분석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대표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거듭 정부여당을 비판 중이다.
그는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달나라 사람이 아닌가”라며 “지난 2년 경제정책 실패에 반성은 커녕 ‘성공’이라고 말하는 문 대통령을 보며 드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대로 하는 문 대통령을 보면 남은 3년 우리 경제가 얼마나 더 망가질까 두렵다”며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에는 “문 대통령이 ‘세금을 더 화끈하게 퍼붓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했다)”며 “대통령이 틀렸다. 경제가 사는 길은 세금 아닌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가 정치 견해를 이같이 연달아 내놓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달창’, ‘한센병’, ‘사이코패스’ 등 막말로 잠식된 국회에 휩쓸리지 않고 점잖은 목소리를 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막말 논란에 휩싸이는 이 때, 보수 지지자를 향해 자신들이 합리적 야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호소했다”며 “앞으로도 자극적 말 없이 지적과 대안이 있는 의사 표출 빈도를 늘려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세 불리기 전략은 이미 어느정도 성공했다. 당내 24명 의원(당원권 정지 등 제외) 중 유 전 대표 편은 그를 더한 바른정당계로 분류되는 8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안철수 전 대표 혹은 호남을 중심으로 뭉친 국민의당계였다.
유 전 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안 전 대표 편에 선 국민의당계를 우군으로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그는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당시 원내대표에 맞서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패스트트랙은 막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유 전 대표의 우군은 애초 8명에서 11명, 김 원내대표를 사임하는 과정에선 15명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계의 초선 의원은 “유 전 대표가 오신환 원내대표를 밀었을 땐 직접 (나에게)접촉해 설득을 했다”며 “지난 수개월간 잠행을 본 입장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갈 길도 멀다. 무엇보다 손학규 대표를 주축으로 한 호남계 의원들의 당내 장악력이 만만치 않다. 유 전 대표 입장에선 손 대표가 물러나야 완전한 힘을 얻지만, 손 대표의 정면돌파 뜻이 현재로선 확고해 보인다. 손 대표의 권한이 여전히 막강해 자칫해선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당의 공동 대주주인 안 전 대표가 오는 8~9월께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또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