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개인신용정보 제공 시작
금융당국이 개인신용정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실험’에 돌입한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지 주목된다. 당국은 더 낮은 금리의 대출, 더 저렴한 맞춤형 보험상품 등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신용정보법 개정 없이는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위원회는 한국신용정보원에 집중되는 개인의 대출정보ㆍ연체정보ㆍ카드개설정보 등 신용정보를 본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 조치한 뒤 핀테크 회사ㆍ금융회사 등에 이날부터 제공한다고 밝혔다.
신용정보원은 3주 동안 업체들의 이용 신청 접수를 받은 뒤 비식별정보제공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공 대상, 목적과 방법 등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신용정보원은 5000여개 금융회사로부터 4000만 명의 신용정보를 제공받아 집중 관리하는 기관이다. 당국은 이 가운데 민간 수요가 많은 항목에 대해 전체의 5%(200만명)를 샘플링한 표본 DB를 우선적으로 개방한다. 은행과 카드 등 일반신용DB가 시작이다. 보험신용DB와 기업신용DB는 올 연말께 개방한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신용정보 개방, 데이터경제 실험이 어떤 혜택으로 돌아오느냐다.
금융위는 더 낮은 금리의 소액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핀테크업체나 금융회사가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특성에 따른 대출 규모와 연체 현황을 분석, 목표 고객군의 맞춤형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면 기존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상품이 자연스레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 데이터를 활용하면 고객 생애주기에 따른 보험가입 현황과 조기 해지율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나에게 꼭 필요한 보장을 챙기면서도 부담없이 유지할 수 있는 맞춤형 보험상품 개발과 추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사업자들이 지역 및 업종별로 얼마나 대출을 받고 있는지, 연체 수준은 어떠한지 등을 담은 기업신용정보는 소상공인들의 정확한 창업컨설팅을 가능케 해줄 수 있다.
한계는 신용정보법 개정 이전까지는 ‘가명정보’가 아닌 ‘익명정보’만 개방된다는 점이다. 익명정보는 아예 개인을 식별불가능하도록 처리해야 해 가명정보 대비 엄격한 비식별 조치가 요구된다. 기업들의 활용 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데이터 전문기관(결합)과 데이터 거래소(유통)의 유기적 협업도 법 통과 전엔 불가능하다. 다만 금융위 측은 익명정보라도 첫 개방인 만큼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에 개방하는 데이터도 익명정보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인간의 모든 행태가 쌓여있는 금융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모델과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작은 시도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