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갖고 있는 ‘근격’이 살짝 찡그린 표정 수월하게 만들어
진화심리학자와 해부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전미과학아카데미 회보를 통해 개가 가지고 있는 ‘근격’이 개만의표정을 짓게 만들어준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AU101 : 안쪽 눈썹 치켜올리기’.
꽤 심각해 보이는 이 명칭이 가리키는 것은 알고 보면 생각 이상으로 매우 ‘귀엽다’. 주인을 바라보며 살짝 눈썹을 찡그린채, 약간은 슬픈듯 귀여운 느낌을 주는 개의 표정에 대해 과학자들이 붙인 이름이 바로 이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은 이 ‘거부할 수 없는’ 개의 표정에 대해 “‘가끔은 슬프지마, 내가 도울 수 있어’라고 위로해 주거나, 어떨 때는 ‘간식을 달라’며 분명한 요구를 할 때 이러한 표정을 짓는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끔씩 개가 보여주는 이러한 표정은 개만이 할 수 있는 ‘능력’ 중 하나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진화심리학자와 해부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전미(全美)과학아카데미 회보에 개들이 늑대보다 훨씬 더 자주, 강하게 이 같은 표정을 만든다고 보고했다. 개만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근육이 이처럼 눈썹을 올리는 것을 수월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개와 늑대의 행동과 반응을 비디오로 찍어서 실험했고, 개들이 늑대보다 더 자주 그리고 더 격렬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팀은 죽은 네 마리의 늑대와 여섯 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해부를 진행했다. 해부 결과 그들은 개만이 갖고 있는 ‘근격(levator muscle)’을 제외하고 두 종의 동물의 모든 근골격계가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심리학자이자 개과학연구소 소장인 클리브 윈은 “나는 이 연구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개들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퍼즐의 또 다른 조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와 늑대의 일반적인 차이점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하고 많은 표본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인간과 다른 동물들이 서로를 보면서 어떻게 의사소통하는 지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는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연구 대상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는 자기 주인을 쳐다본다는 연구도 있었고, ‘AU101 : 안쪽 눈썹 치켜올리기’를 더 많이 하는 개가 보호소에서 입양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이 ‘선택적 번식’ 동안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치켜올리는 개를 선호해왔다는 가정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개의 양육 상태와 행동, 그리고 개의 심리 상태와 표정 간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과학적 답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NYT는 “그 눈빛의 의미가 개의 마음 속에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답은 과학이 내놓지 못한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