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미 유포된 내용 재탕할 것일 뿐”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19일(현지시간) 약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일 발생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등 고위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제시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의 고위 인사들이 개입한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살인’이었음을 주장하며 국제 사회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약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가 1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날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보고서를 통해 “카슈끄지는 고의적이고, 계획적이며, 법을 초월한 사형집행의 희생자”라면서 살해사건에 사우디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제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비판 칼럼을 게재해 오던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결혼 서류 문제로 주터키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 살해됐다. 이후 터키 및 미국의 조사 당국은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 살인사건을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놨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를 살해하라는 정부의 지시는 없었다며 이를 부인해왔다.
칼라마르는 보고서에서 카슈끄지를 살해 과정에서 터키 내 사우디 총영사관과 사우디 당국의 협력이 있었고, 법의학 전문가들까지 동원된 전문적이고 철저한 은폐가 이뤄졌다는 점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이 같은 증거 인멸은 왕세자가 (사건을) 인지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뤄질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보고서는 카슈끄지 살해 당시 사우디 정보요원들이 그를 ‘제물(Sacrifical animal)’이라고 불렀으며,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 모하마드 알-오타비가 카슈끄지 살해 며칠 전에 영사 간부 2명을 ‘가족여행’으로 위장시킨 뒤 사우디로 여행을 보냈다는 정황도 밝혔다. 이후 알-오타비는 카슈끄지 살해를 위해 이스탄불을 찾은 요원들을 위해 호텔 객실을 예약하기도 했다.
칼라마르는 “카슈끄지 살해의 책임은 사우디 왕국에 있고 이는 국제 조약에 따른 고문 행위일 수도 있다”면서 “그의 납치 시도는 국제 인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대해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신뢰성을 훼손하는 모순과 근거없는 의혹을 담았다”면서 “언론에 이미 보도되거나 유포된 것들만 재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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