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0년 공든 탑’ 바이오 연구개발, 자산이냐, 비용이냐
학계,업계,회계전문가 포럼…금감원 지침 반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현실적 존재, 반영해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올해 창업 20년째를 맞은 툴젠의 2018년 매출액은 11억5683만원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제넥신에 인수합병되는 것으로 최근 발표됐고, 오는 7월30일 이사회에서 의결되면, 8월30일 ‘툴제넥신’이라는 이름의 통합법인이 법적 효력을 얻게 되고, 9월30일 신주가 상장된다.


20년씩이나 된 회사가 어떻게 고작 매출 10억여원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겠다. 또 10~20년전 벤처로 출발해 성공을 거둔 다른 기업과는 달리, 이 회사 경영진이 매출과 수익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덜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느 업종과 다른 바이오만의 특성에 기인한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원천기술을 제품이나 서비스로 매출화하는데 다양한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이 산업의 특성도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옹호론도 만만찮다. 툴젠의 매출은 적어도 기업가치는 매출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수합병이 성사된 것도 툴젠이 그간 쌓아온 연구개발 업적과 향후 미래가치를 시장에서 여전히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비단 툴젠 뿐 만 아니라 매출이 더디게 발생하거나, 10년이 넘도록 비즈니스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바이오 기업은 많다. 한국바이오협회(회장 서정선ㆍ마크로젠 CEO)가 지난해 6~11월 바이오 관련기업 98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창업후 매출발생까지 걸린 기간은 ▷10년 이상이 46.3% ▷6~9년이 24.4% ▷4~5년이 16.9% ▷2~3년이 10.4% ▷1년이 2.9%였다. 현존 바이오 기업 중 여전히 ‘매출발생 이전’ 상태는 27.6%였고, 매출은 발생했지만 손익분기점 미만인 기업은 38.7%였다.

눈에 보이는 것, 숫자로 표현된 것을 중심으로 보는 기업평가는 바이오기업에 불리하다. 연구개발과정을 기업가치 지표로 볼 지, 아니면 단순한 비용의 증가 문제로 볼 지, 판단할 때, 바이오기업은 색다른 시선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와 학계, 회계법인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연구개발의 상당 부분이 자산으로서 평가받을 때 기업가치는 올라가고, 비용으로만 간주되면 재무제표의 숫자는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실제가치 보다 저평가된다는 것이다.

23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협회와 한국재무학회, 경영학계, 바이오업계, 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회계법인 등 분야 리더들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산업분야 기업가치 평가 포럼’이 열렸다. 최근 대한민국 신성장동력으로 선정된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이 과연 자산이냐, 비용이냐는 것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바이오기업 연구개발의 자산화 기준과 관련, ‘신약은 임상3상,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개시 승인으로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안된다’는 취지의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연구개발 과정의 50~80%는 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거친(rough)’ 추정이 가능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을 좌장으로, 위경우 한국재무학회 회장(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전상경 한양대 경영대 교수, 윤정선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국민대 경영대 교수), 유진산 파멥신 대표, 양시영 오스코텍 고문, 조완석 태성회계법인 회계사, 이종윤 가율회계법인 회계사, 황만순 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회장(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등이 열린 토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참석자들 사이에선 바이오 산업계의 회계평가가 ‘기업가치’와는 일치되지 않으며, 금감원의 작년9월 ‘회계처리 지침’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그 반대 의견보다 우세했다.

특히 금감원이 명확히 자산화해서는 안된다고 밝힌 ▷2상 이후 조건부 판매허가 신청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1상 개시 이후 지출액을 자산화 ▷판매허가 받은 신약 관련한 추가 임상 1, 2상에 지출한 금액을 자산화 ▷기술이전 목적 신약 개발시 비임상단계부터 연구개발 지출금액을 자산화 ▷국내 시판 중인 의약품의 FDA 1상 연구 지출액의 자산화 ▷전임상단계의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비 자산화하는 행위 등에 대해, “당국이 지침을 먼저 만들어 놓으면 고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는 비판 역시 많았다. 당시 금감원은 자산화 가능 이전 단계의 프로젝트를 외부로부터 취득한 경우 취득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자산성이 인정되나 취득 이후 자산화 가능 이전단계 프로젝트에 지출한 금액에 대해서는 자산화할 수 없다는 매우 구체적인 지침도 곁들인 바 있다.

이날 참석자들도 당국이 새로 정립해야 할 기업가치평가 기준에 대해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다만 기업 평가 기준이 다른 업종과는 달라야 한다는데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