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정책 변화가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동맹국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통치 스타일 때문에 이달 들어서만 세 가지 정책이 뒤바뀌었다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WP가 지적한 정책은 이란, 이민, 멕시코에 관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 이후 대(對) 이란 보복 공격을 승인한 뒤 실행 10분 전에 중단시켰다.
또 미국 내 수백만 명의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겠다며 이날부터 10개 주요 도시에서 2천여명의 불법이민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체포작전을 벌이기로 했다가 추방절차를 2주 연기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중남미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가 멕시코의 추가 노력을 전제로 무기한 연기한 일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점 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런 접근법은 대통령에게도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중동을 위기로 몰아넣는 것을 막았다는 호평도 있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강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종이로 가득 찬바구니에 불을 지른 뒤 이를 끄는 사람”에 비유했고, 민주당 코리 부커 상원 의원은“리얼리티 TV쇼를 하면서 더 많은 드라마를 만들고 트윗으로 외교정책을 하는 듯한 대통령”이라고 혹평했다.
래리 자콥스 미네소타대 교수는 “우리의 동맹과 적들은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이해하는 데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행정부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약한 목표물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더 강한 상대에는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캐나다나 멕시코는 자국 경제에 심각한 해를 초래할 위험보다는 양보할 의향이 더 있었고,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존하는 한국도 협상을 빨리 타결할 의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중국이나 유럽연합, 심지어 일본 등 더 큰 무역 상대국들은 훨씬 덜 순응한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보복 공격 중단 결정이 대통령의 판단과 미국이 휘둘러온 힘에 대한 전 세계적 의구심을 강화했다는 비판적 분석을 내놨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 토머스 고마트 회장은 “현재 벌어지는 일이 미국 리더십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중대하다”면서도 그 결과는 계산하기 어렵고 트럼프 대통령과측근들에게 달려있던 통제력의 상실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이란 정책 변화를 거론하면서 과거 극한 대치 상황에 부닥쳤던 북한 사례를 꼽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전 세계가 이전에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라는 말까지거론하며 북한을 위협했지만 지금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정도로 극적인 전환을 했다는 것.
NYT는 남한의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한국의 지정학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뒤집기(back flip)’에 단련됐다고 말한다고 전하도 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지시 번복이 중국 정부에 일종의 안도감을 줬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부가 중국의 기술 공룡인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어하지만 이란 대응을 둘러싼 불신으로 인해 미국의 대(對) 화웨이 정책에 대한 유럽의 불신을 강화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 칭화대 옌쉐퉁 국제관계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중국에 이득이 된다는 의미”라며 “미국은 더이상 동맹들이 중국에 대해 집단적 행동을 하도록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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