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향후 10년 권력 유지 기반
27일(현지시간) 미국 시민들이 2020 인구조사와 게리맨더링 관련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며 ‘투표권을 보호해달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EPA] |
미국 연방 대법원이 주 의회의 자의적 선거구 획정(게리맨더링) 권한을 보장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놔 주목된다. 현재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향후 10년간 정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와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선거구 관련 판결에서 선거구 결정은 주 의회에 맡겨놓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대법원은 “주 의회가 정치적인 계산에 따라 자신의 지역에서 선거구를 결정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을 법원에서 막을 수 없다”며, “주 의회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선거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표면적으로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모두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주 의회 권력구도를 감안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국주의회회의(NCSL)에 따르면 공화당은 단원제인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49개 양원제 주 가운데 30개 주에서 상하 양원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22개 주에선 의회뿐 아니라 주지사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태다. 반면 민주당은 14개 주에서만 주지사와 주 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구조는 인구 증감에 따라 의석수가 달라졌던 많은 지역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일례로 텍사스 주의 경우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고, 주 의회 양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인구 증가로 3개의 의석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획정하면 2030년까지 권력 구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 주니어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민주주의의 천이 찢어졌다”며, “소수 성공한 사람의 이해가 다수를 앞서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공화당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를 대법관으로 임명함에 따라 9명의 연방 대법관 중에 보수 성향이 4~5명으로 증가한 상태다.
CNN방송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번 판결을 통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