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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ㆍ트럼프, 제안부터 만남까지 긴박했던 31시간53분
-트럼프, 트위터 전격 제안ㆍ北, ‘흥미로운 제안’ 호응
-南北美정상, 분단의 상징 판문점 한자리 역사적 장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방한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전격 회동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전선언 이후 66년만에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의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세계의 이목이 판문점으로 쏠렸다. 방한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오후 3시45분께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적으로 만났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MDL) 위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눈 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MDL을 넘어 김 위원장과 북측 지역으로 몇 발짝 이동했다. 북한과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어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MDL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과 남측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비무장지대(DMZ)에 동행한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또 한번의 세기의 만남이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중이었던 전날 오전 7시51분께 트위터를 통해 DMZ에서 김 위원장과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부터 31시간53분여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여정에서 역사적인 만남으로 기록될 이번 판문점 북미정상회동과 남북미정상회동의 출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로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방한 소식을 알리면서 “그곳에 있는 동안 북한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떠나기 직전까지 이번 순방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던 것을 뒤집는 파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방한에 앞서 김 위원장과 만남에 대해 “오늘 아침 생각한 것”이라며 “그가 만약 거기 온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2분 동안 만나는 게 전부겠지만 그래도 좋을 것”이라며 재차 강한 의지를 보였다.

북한도 긍정적으로 호응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복심’으로 북미 실무협상을 이끌고 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같은 날 오후 1시6분께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이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분단의 선에서 조미수뇌(북미정상)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공식제기를 받지 못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회동에 나설 명분을 제공해달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남북미 외교라인과 정보라인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회동까지 만 하루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동과 남북미정상회동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면서도 “김 위원장을 만날 수도,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불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안개 속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의 만찬 직전 북한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회동이 열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가 지금 일을 하고 있으니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애초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보좌관은 만찬에 불참한 채 북한 측과 판문점 북미정상 회동을 위한 조율을 벌였다. 비건 대표 등은 판문점 남측 유엔사령부 일직장교 사무실과 북한 판문각에 설치된 직통전화를 활용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윗 하나로 전세계를 뒤흔들었다”면서도 “성사되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고 성사되지 않는다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굉장한 성의를 보인 것이어서 그 자체로서 이미 큰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상황이 불확실함을 내비쳤다.

이튿날에도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식일정 시작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DMZ에 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국내 주요그룹 총수들과 간담회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면서 “그들이 작업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만 했다.

판문점 북미정상회동 성사 쪽으로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 것은 한미정상회담 시작과 함께였다. 문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자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에 동행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반도 MDL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한다면 그 모습만으로도 역사적인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트럼프 대통령도 “사실 굉장히 행정적인, 절차적인 문제나 안전ㆍ경호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뤄지면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판문점 북미정상회동 개최 소식은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최종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정전선언이 있은 후 66년만에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만난다”면서 “사상 최초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마주 서서 평화를 위한 악수를 하게 될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동 개최를 공식화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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