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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경제 최후 보루’ 반도체 볼모…日 경제보복 본격화
- 日정부 반도체 등 핵심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 발표
- 강제징용 배상 한일 외교갈등 ‘경제 보복’ 비화
-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LG전자 등 간판기업 비상
- 작년 11월 이후 한일 교역 규모도 9.3% 감소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8초간 악수’를 하고 지나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로 한국과 격한 대립을 이어온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핵심 소재 수출 규제라는 보복 조치를 본격화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 반도체 관련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번 보복 조치는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에 나온 경제 제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정책을 수정해 TVㆍ스마트폰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꼭 필요한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 등 총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이달 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또 첨단 재료 등의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수출규제에 포함된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은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여러 제품의 수출 허가를 정부 신청할 때 함께 진행해 일괄 수출할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계약에 따라 건별 허가ㆍ심사가 필요하게 돼 수출 절차에만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된 3개 소재는 일본이 세계 생산량의 9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산업의 핵심 원자재다. 


손현철 연세대 교수(신소재공학과)는 “이번 규제에 포함된 감광재(리지스트) 없이는 반도체 제조공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불필요한 서류작업을 해야 해 단기적 생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치는 무방비 상태에서 한국 기업에 한ㆍ일 외교 갈등의 불똥이 튄 대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국과 일본간 수출입은 모두 감소세를 보이며 양국간 경제관계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집계된 양국 간 교역 규모는 461억5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290억1000만달러로 12.8% 감소했고, 일본으로의 수출액은 171억4000만달러로 2.6%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이 기간 중 한국의 전 세계 교역액 증감률이 –3.2%,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의 교역액 증감률이 각각 –5.6%, +10.1%임을 감안할 때 최근 일본과의 교역 감소규모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역내 주요 교역국으로서 상호 협력적 경제관계를 구축해왔다”며 “최근의 정치ㆍ외교적 갈등이 경제 문제로 전이될 경우, 양국 모두에 실익이 없을 것이므로 미래지향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갈등을 조기에 봉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상무)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실제로 시행되면 한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반도체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최악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간 경제 외교채널을 가동하고 정부도 협상창구를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이번 조치를 ‘극약 처방’으로 규정하며 삼성과 같은 한국 기업의 ‘탈(脫)일본’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손 교수는 “이들 소재는 국내에서도 만들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국산화할 가능성도 커졌다”며 “그동안 국내 기업은 반도체 소재의 국내 생산이 일본산에 비해 품질과 생산성이 떨어져 일본 조달에 의존해 왔지만 이번 기회로 거래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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