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확장적 통화정책 이을듯
폰데어라이엔은 EU 집행위원장
상임의장 미셸·외교안보는 보렐
유럽연합(EU)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프랑스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내정하고,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추천하는 등 향후 EU를 이끌어갈 지도부 대한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2일(현지시간) 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임시 정상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는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이 내정됐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이달 중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받으면 EU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집행위원장이 된다. 차기 유럽 정부를 이끌게 될 수장들은 브렉시트, 미중 무역전쟁, 기후 변화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임무를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선에서 주목할 점은 EU의 행정부 수반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의 금융, 통화정책을 이끄는 수장에 모두 여성들이 낙점됐다는 점이다. 특히 주요 언론들은 ECB 총재로 라가르드 총재가 내정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는 당초 마리오 드라기 총재를 이을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을 뿐더러, 경제전문가도 아니다.
실제 라가르드 총재는 파리 10대학과 액상프로방스정치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국제로펌에서 반독점법과 노동법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5년 프랑스로 돌아와 산업통상부, 농업부,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1년 IMF 총재로 임명돼 2016년에는 첫 IMF 연임 여성 총재라는 기록도 남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가르드 총재는 통화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면서 “이것은 ECB가 취약한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유로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도출해야하는 상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1일 공식 취임 예정인 라가르드 총재가 마주하게 될 최우선 과제는 침체된 유로존의 경기를 다시 정상궤도로 올리는 것이다. 최근 유로존은 정체된 성장률과 목표치를 밑도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인한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성장 전망은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ECB는 1%에 머물고 있는 성장전망을 바탕으로 0%대인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IMF가 그동안 ECB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계속해야 한다고 요구해 온 만큼 라가르드 총재가 현재 ECB가 취하고 있는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금융기관 유동성 공급, 금융정책 선제시, 국채 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가동할 가능성도 있다.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래식 통화정책과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모두에 대해 광범위한 접근법을 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통은 아니지만 라가르드 총재의 리더십만큼은 새 ECB 수장으로서 적합한 리더십을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IMF 총재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고, 향후 유로존의 소통과 타협을 이끌어낼 탁월한 정치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는 19개국의 통화 정책과 주요 경제 결정을 조율하는 데 필요한 협상력을 가진 강인하고 활기찬 협상가”라고 평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ECB 총재로) 지명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