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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한일관계에서 ‘레이와’(令和·아름다운 조화)가 사라졌다
-“日 수출 규제는 1탄…韓 대응 따라 추가 조치 나설 수도”
-홍남기 “명백한 경제보복”·강경화 “예의 안지킨 부분 있어”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작년부터 위태로운 행보를 보였던 한일관계가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4일 한국의 주력 수출제품인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소재·부품 수출 규제에 나선다. 한국은 이를 경제보복으로 규정하고 상응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지난 5월1일 나루히토 일왕 재위 시작과 함께 변경한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아름다운 조화)는 한일관계에서만큼은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부당한 경제보복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가능한 방안을 모두 동원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은 한일 간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의 사법판단에 대한 명백한 경제보복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이 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국제법과 국내법상 가능한 모든 조치를 통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부터 삐걱거리던 한일관계가 일본의 경제 보복성 조치로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작년 9월 유엔총회 계기에 한일정상회담을 가진 모습. [헤럴드DB]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국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로 단정 짓고 사실상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점을 인정한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전날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린 당수토론회에서 역사문제를 통상정책과 연루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그 인식은 확실히 잘못됐다”고 강하게 반박한 뒤 “징용공 문제는 역사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상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느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을 거론해가며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의 과거사문제를 둘러싼 조치에 대한 경제보복임을 사실상 인정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라며 강하게 맞받아쳤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불합리하고 상식에 반하는 보복 조치”라면서 “사전에 아무런 통보없이 이런 조치가 발표된데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고 앞으로가 우려된다는 것을 외교채널을 통해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이 여러 분쟁 절차를 밟아가면서 최소한의 예의를 안지킨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외교장관이 다른 국가 행위에 대해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문제는 한일 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을 비롯해 일본 내 한국에 대한 불만이 생각보다 크다”며 “일본의 경제보복이 도를 넘어선 것이긴 하지만 이번 조치는 1탄이라 할 수 있고 향후 한국의 대응을 보면서 추가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제주 국제관함식 욱일기 게양 일본 군함 불참, 광개토대왕함 레이더 조준 갈등, 그리고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누적된 일본의 불만이 크고 나름 검토해온 보복수단들이 있는 만큼 한동안 갈등양상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법으로 정상외교 복원을 꼽는다. 박 교수는 “문제를 풀려면 결국 한일 정상들이 만나 냉정을 되찾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며 “현재로서는 한일 모두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정상들이 상황 악화를 막는 수준에서라도 합의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실무급이나 전문가들의 중재를 통해 절충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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