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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 고정수요?…“그때그때 달라요”
무주택자 수에 크게 관계없어
금융규제·경제여건 따라 변화
고연령·보유 경험자 소유욕구 커
장기공공임대 거주자 욕구 낮아

송파구 아파트 밀집지역.

지난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KB국민은행 조사)는 75.2다. 지난 4월 넷째주(22일 기준) 37.2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오르다가 이달 첫 주 70.2로 70대로 뛰더니 수직상승 중이다. 이 지수는 지난해 8월 171.6로 역대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이 서울 25개구 전지역에서 중개업소를 상대로 주택 수요를 조사해 작성하는 이 지수는 0~200 범위에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다. 반대로 100미만일 수록 매수자보단 매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주택시장 수요 동향을 파악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대표 지표인 KB국민은행 아파트 매수우위지수가 1년 사이 171.6에서 37.2로 134.4포인트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건 시사하는 게 많다. 주택 수요는 고정된 게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무주택자라고 해도 집을 사는 것을 미룰 수 있고, 그냥 전세에만 계속 살기로 결심할 수 있다. 유주택자도 집을 더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있던 집을 팔기로 결정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주택 수요가 어떤 요건에 따라 달라지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무주택자라고 모두 집을 사려는 것은 아니며, 주택수요자의 가족 구성원, 경제력 등 개인 여건, 집값 동향 등 시장 상황, 정부 규제 등 대외 여건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주택 수요가 크게 늘 수도 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국토연구 101권’에 게재한 ‘계획행동이론에 기반한 임차가구의 주택보유의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주택수요는 시장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국토교통부의 2010년, 2014년, 2016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사용해 ‘주택 보유 의향’ 변화를 조사한 결과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0년 전체 가구의 83.7%가 주택보유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14년에는 79.1%로 낮아졌다. 그러다가 2016년과 2017년에는 82.0%와 82.8%로 올라갔다. 이는 유주택자가 포함된 조사로 유주택자는 집을 보유하겠다는 의향이며, 무주택자는 새로 집을 사겠다는 것을 표시한 것이다.

무주택자만 놓고 따지면 변화는 더 크다. 임차가구의 주택보유의향 비율은 2010년 76.6%에서 2014년 66.0%로 10.6%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러다가 2016년과 2017년 66.8%와 68.0%로 소폭 상승했다.

보고서는 “주택 수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여건이 좋을 때, 집값이 상승할 때 등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정리했다.

주택 수요는 대외 여건 변화 뿐 아니라 수요자 개인 요인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수요자의 연령, 가구원수, 주택보유 경험, 현 거주주택에 대한 불만족에 주택 수요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고,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층이 늘어나는 등의 여건이 주택수요를 크게 좌우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주택보유 경험이 많을수록 주택 소유 욕구가 컸다. 교육수준이 높고, 장기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는 수요자일수록 집을 사려는 욕구는 낮았다. 지방이나 군 지역으로 갈수록 개인적 여건에 따른 주택 보유 의향이 더 달라졌다.

지방 주택시장에선 해당 지역 거주자들의 개개인 상황에 따라 주택 수요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주택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주택 수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시장 상황이었다. 주택가격상승률이 높은 시기 주택 수요는 증가했고, DTI(총부채상환비율) 비율이 낮아지면 주택보유의향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오연근 한성대학교 경제부동산학과 박사는 “전국 주택보급률이 103.6%로 주택의 공급 부족 문제는 해소된 상황이지만, 주택수요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며 “향후 주택시장 변동성은 주로 주택 수요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이며, 그런 만큼 주택 수요의 추정은 주택정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올해 송파구 등에서도 입증됐지만 입주물량이 몰린다고 반드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떤 지역에 입주물량이 줄었다고 집값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 있는데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국 금융연구원 겸임교수도 “최근 3기신도시 공급 대책,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적용 추진 등은 중장기 주택 공급 방향이긴 하지만, 당장 주택 수요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수요 억제책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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