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무역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국산 물품에 32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유예하기로 한 추가 관세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는 이날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이 나온 직후 취해졌다. 이날 WTO상소기구는 미국이 WTO규정을 어겨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다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실제 보복에 나서면 무역 손해 규모를 산정하는 문제로 다시 미국과 법적 분쟁을 벌여야 한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협상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추가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중국이 우리와 맺은 합의를 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주 예고된 양국 간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전제조건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앞서 래리 커틀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무역협상에 진전이 있으려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재개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 9일 전화통화로 무역협상 논의를 진행했지만 아직 대면협상 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이번주 안에 중국과 추가 전화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베이징에서 양측 협상단이 만날 수도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시 주석이 약속을 한 적은 없으며 협의사항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화웨이 거래금지 규제 완화부터 바라고 있다.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서로에게 선물을 준 모습을 연출했지만 막상 구체적인 협상 문턱에선 강경한 입장 차만 확인되는 모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상원의원 6명은 미국 기업의 화웨이 거래금지 완화를 위해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화웨이 제재를 활용하는 건 어려워진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은 설전을 주고 받으며 소모전을 치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미국의 관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산 제품 전시회 행사에선 “한때 시 주석과 좋은 친구라고 말하곤 했지만 이젠 아마 그렇게 가깝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성장률 저하 언급에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가소로운 일”이라고 받아쳤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