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佛살롱문화 호텔서 ‘찍캉스’ 즐긴다
신세계조선호텔 ‘레스케이프’ 개관 1주년
SNS 퍼나르는 ‘인생샷’ 장소로 각광

주말 객실점유 30%서 80%대로 올라
초반부진 털고 수익성 개선 여부 ‘주목’


모델들이 레스케이프 꼭대기층 스위트룸을 개방해 구성한 ‘쇼앤텔 쇼룸’에서 레트로풍 양복과 드레스 등을 입고 호캉스를 즐기고 있다.

“커피를 내릴 때 85도 내외로 온도를 유지하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회현동 레스케이프 8층 연회장에서는 임성훈 헬카페 바리스타가 ‘커피 온도계’를 흔들며 온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강의를 듣던 20개의 눈은 일제히 임 바리스타의 손에 들린 온도계로 향했다.

이날 레스케이프에서 진행된 ‘핸드드립으로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방법’ 강의는 호텔이 최근 기획한 ‘살롱 드 레스케이프(Salon de L’Escape)’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호텔 이용객을 대상으로 음악, 책, 애완동물, 커피, 와인 등 10가지 테마로 호텔 내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 문화 프로그램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첫 독자 브랜드인 레스케이프 개관 1주년을 맞아 떠들썩한 생일잔치나 프로모션 대신 ‘살롱 드 레스케이프’를 시작하면서 호텔의 콘셉트인 파리의 살롱 문화를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살롱 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하드웨어 투자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갖추겠다는 게 호텔의 복안이다.

사실 레스케이프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이라는 유명세와 달리 성과 측면에선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독특한 컨셉과 높은 객실료, 불리한 지리적 위치 등이 고객의 자유로운 접근을 어렵게 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초기 객실점유율(주말 기준)은 30%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관한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이 70%대를 유지한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올초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술이나 디자인, 패션 등에 관심이 많거나 관련 종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호텔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6일에도 호텔의 라운지인 ’드 살롱 바이 메종엠오‘에는 세련된 옷차림의 남녀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애프터눈 티세트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생샷‘ 장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싸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7층 로비에 크리스털 장식과 분수 모양 꽃으로 꾸며진 ‘플로맨스 인 파리(Flomance in Paris)’나 붉은색과 흑색, 금색 등 강렬한 색의 대비를 이루는 내부 인테리어 등은 ‘찍캉스(사진 찍는 바캉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2030의 촬영 스팟이 됐다. 꼭대기층 스위트룸을 개방해 꾸민 드레스룸에서 레트로풍 드레스나 양복을 빌려 입고, 옆방에 전시된 미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1대에 1억7000만원인 프리미엄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놀거리’의 인기가 높아졌다. 투숙객이라면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살롱 드 레스케이프’ 강연도 매일 정원을 거의 채우고 있다.

덕분에 최근 객실점유율(주말 기준)도 80~90%까지 올라갔다. 레스케이프의 특성상 기업 고객 유치가 어렵고 수영장, 키즈카페 등 부대시설 부족으로 가족 고객이 적은 상황을 고려할 때 고무적인 성과라는 게 신세계조선호텔 측 설명이다.

다만 수익성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다. 객실점유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흑자 전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조선호텔의 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5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레스케이프의 수익성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됐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은 향후 레스케이프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호텔의 콘셉트 상 수익성 개선 때문에 타깃 고객을 확대하기는 사실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직 개관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호텔이라 수익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