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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자사고 ‘학생들의 자율 선택권’

# 자사고 폐지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근본 방안이 아니라,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서울 지정 취소 8개 자사고 학생회대표)

# 자사고의 운명에 대해 내년 하반기 국가교육회의에서 국민적 토론을 통해 결론짓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청 교육감)

전주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이하 자사고) 상산고 재지정 취소로 촉발된 자사고 논란이 뜨겁다. 학부모의 반대 시위에 이어 학생들도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자사고 청소년 동아리 문화축제’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이번 자사고 취소에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16일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사고와 외국어고등학교의 전면폐지를 공론화 하자”며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재벌의 자녀와 운전자의 자녀가 함께 공부하는 섞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사고 유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은 자사고·특목고에 보내놓고 남의 자식은 못 가게 막는다’며 일부 교육감의 ‘내로남불’식 태도를 비판했다. 기자가 보기에 이 주장은 주의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자칫 학부모의 주장만 부각되다 보면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주체적, 자율적 선택권이 무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부모가 원해서 자사고에 간 학생도 있겠지만, 부모의 반대에도 자신이 원해서 자사고에 입학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의 개인적인 선택권과 교육감의 ‘공익적 의제 결정’은 분리해서 봐야하지 않을까 한다.

자녀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성숙한 주체다. 이를 인정하기 않고 “자식이나 자손들을 복종시켜 지배하면서, 복종을 거부하면 멸한다”는 홉즈적 세계관에 동의하는 부모들은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징계권’ 용어를 2020년까지 변경하고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자녀를 징계의 대상이 아닌, 자유의지를 가진 개체로 보고 있다는 면에선 반길 일이다

이번 자사고 취소를 보는 눈은 착잡하다. 한쪽에는 이미 굳어져 버린 대학서열화에 이어 자사고 서열화에 대한 우려와 일반고의 질을 담보해야 하는 교육당국의 고충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좋은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두 가치관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있다.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외고 폐지여부를 공론화하자”고 제안한 만큼 공론화의 장은 마련됐다고 본다. 자사고에 대한 5년마다의 평가는 기준에 따라 진행하면서 이번 기회에 ‘교육 대토론의 장’을 만들어 보자. 자사고의 수월성 교육에 대해 학부모, 학생들의 목소리는 나왔다. 이제 교사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일반고의 현실, 일반고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자.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아우르는 혁신적 교사 선발 방식도 공론화하자. 학교 교육의 다양성은 교사들의 능력과 독립성에 의해 좌우된다. 재단의 재정 출연, 사교육, 커리큘럼의 다양성, 학교의 주체인 학생, 교사의 인권까지 ‘성역’ 없이 무대에 올려보자. 토론에는 양극화가 있을 수 없다.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찌꺼기를 남기지만 우리는 언어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신적인 본성’을 가진 말하기를 통해 타자의 영역으로 다가가자. 언어의 바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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