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국민 청문회’를 꺼낸 더불어민주당과 ‘사흘 청문회’를 말한 자유한국당 모두 시기와 1~3일 등 기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이달 중 청문회, 한국당은 청문회 전 선(先)사퇴를 주장하는 등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여야는 이날 조 후보자가 딸 관련 의혹에 사과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조 후보자는)청문회 전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껏 밝혀진 일을 보면, 지도자의 양심을 갖고 있다면 빨리 정리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앞서 회의에서 “조 후보자는 당장 검찰 수사부터 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후보직을 사퇴하고 검찰에 출석, 수사를 받는 게 옳다. 검찰이 이를 미룬다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을 드린다”고 했다. 이들 두 사람 모두 청문회 일정과 기간을 논의하기 앞서 청문회의 필요성부터 말한 것이다. 개최 가능성부터 안갯속에 놓는 등 강경태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사과 입장을 놓고는 ‘사과 같지 않은 사과’라고 규정했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조 후보자가 고위직은 무슨 일만 터지면 사과한다고 쓴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며 “지금 조 후보자의 적은 조 후보자라는 ‘조적조’, 또 (지금의)조 후보자가 밝힌 어떤 논리도 조 후보자가 (과거)조 후보자가 깬다고 하는 ‘만능 조국’이란 유행어가 돌고 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는 이미 국민 마음 속에서 탄핵됐다”며 “‘입진보’의 위선에 대한 탄핵”이라고 지적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사람이 바뀌지 않는가, 여전히 말장난을 하고 국민들을 속이는가”라며 “조 후보자는 파리가 앞 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를 한다고 착각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제가 다시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틀 이상 청문회에 ‘절대 불가론’을 재차 표명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법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열려야 한다”며 “한국당의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면 단독으로라도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청문회를 열겠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법적 시한인 오는 30일까지 청문회를 열기 위해선 오늘 중 청문회 개최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면 다음 날로 잡힌 국민청문회 준비에 곧바로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사과와 대해선 옹호에 주력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조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체 규명은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라고 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누구보다 앞장서 우리 사회 기득권층 특권과 부조리를 비판하며 살아온 이기에 실망이 큰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뒤섞여 국민들도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에 대해 ‘다음달 중 이틀 청문회’란 중재안을 내놓았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에 대한 검증사안이 10여개가 넘는다”며 “단 하루 청문회를 열어 규명을 하자는 말은 사실상 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 여야가 입장을 절충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