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긴장 고조,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역풍”
유가 고공행진, 기준금리 인하에도 영향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전략비축유(SPR) 저장탱크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PA]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중국의 경제 지표는 암울하고 독일의 경기는 침체 직전에 있으며, 영국은 여전히 무역 보호협정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은 수억 달러 어치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포함해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 소비자들과 기업의 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이처럼 흔들리고 있는 세계 경제가 사우디발 ‘오일 쇼크’를 맞아 더욱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미국 CNN비지니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4일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설비가 빠른 시일 내에 정상 궤도에 오른다면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세계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레이클리 자문 그룹의 피터 부크바르 최고 투자 책임자는 “세계 경제가 고유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시설 공격으로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5%에 달하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 가량의 원유 생산이 감소됐다. 이에 16일에는 국제 기준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69.02달러로 14% 이상 올랐다. 고유가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세계 경제의 돌파구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문제는 타이밍이 안좋다는 점이라고 CNN비지니스는 전했다.
고유가가 생산자들에게는 이익이 되겠지만, 반면에 항공사와 같은 사업체들에게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될 경우, 현재 제조업 하락을 만회하고 있는 소비 지출을 저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유가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전세계의 이자율을 낮추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발을 묶을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들에게 금리를 낮출 여지를 줬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경기 부양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할 수 있기때문이다.
더욱이 오는 18일 기준금리 결정을 발표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는 여전히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한다면 연준은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고 CNN비지니스는 지적했다. 유가 급등으로 글로벌 리스크는 커졌지만, 미국의 경제 지표들이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완화 조짐,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전망 등을 고려하면 연준이 덜 완화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36.5%로 상승했다. 이는 1개월 전 0%, 1주일 전 5.4%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이번 피폭 사태로 인해 단기적인 충격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사우디의 생산 시설이 장기간에 걸쳐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징후도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에 따르면, “생산시설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에는 며칠이 아닌,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과 미국 간의 추가적인 긴장 고조 가능성도 열려 있다.
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연구노트를 통해 “중동의 긴장 고조는 이미 불확실한 시대를 맞고 있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역풍”이라고 지적했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