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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사와 소송도 불사…LG가 달라졌다
-외부 인사 영입·책임경영 체제 강화
-‘선택과 집중’ 사업 구조조정·미래 사업 투자
-경쟁사와의 소송·비방전 불사
구광모 회장

[헤럴드경제=이태형·이세진 기자] LG가 확연히 달라졌다.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확실한 성과체제 확립, 과감한 사업구조조정 등의 내부 혁신은 물론, 경쟁사와의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공격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인화’의 기치로 ‘범생’ 의 이미지였던 LG의 이같은 변화에는 40대 총수 구광모 회장과 일사불란한 임원진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그룹측에서는 각 계열사별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련의 변화가 구 회장 취임 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안전한 내부 승진은 없다…순혈주의 타파= LG화학은 2018년해 말 3M 수석부회장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CEO로 영입, 순혈주의 타파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신 부회장 뿐 아니라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 대표 출신인 홍범식 ㈜LG 경영전략팀 사장,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의 김형남 부사장 역시 기존 공채 출신의 내부 승진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신사업을 위한 미래 인재 유치에서도 구광모 회장의 적극적인 인재 영입의 색깔이 묻어난다. 지난 2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는 구 회장의 올해 첫 외부 참석 행사로, 이날 행사에서 국내 석박사급 인재들을 만났다. 구 회장은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에도 참석해 북미 지역의 인재들과도 만나면서 연구개발 인력풀을 넓히는 행보를 이어갔다.

▶확실한 책임경영 체제 구축= LG디스플레이 이사회는 지난 16일 한상범 부회장의 실적 부진에 따른 자진 사퇴 의사를 수용하고, 정호영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자료를 통해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LG의 인사원칙을 반영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기인사를 앞두고 이번 디스플레이의 새사령탑 교체는 향후 이뤄질 연말 정기인사의 폭을 가늠케 하는 시사점이 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새사령탑 교체와 함께 내부 인력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LCD(액정표시장치)라인을 정리하면서 17일부터 유휴인력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는 한편, 사업별 책임경영 체제 강화를 위해 임원·담당조직의 축소 등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하는 조기 조직개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감한 사업구조조정= LG는 그룹 차원에서 연료전지 업체인 LG퓨얼셀시스템즈 사업을 청산하고,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손을 뗐다.

LG전자의 ‘계륵’인 스마트폰 사업은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긴다. LG전자는 또 수처리사업 매각을 진행 중이며, 지난 2월 소모성자재구매(MRO) 사업을 영위하는 서브원 경영권 매각을 마쳤다.

선택과 집중에서 사업 재편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기존 사업에서 수익성과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매각에 나선다. 반면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로봇 등 새 먹거리에 대한 투자는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인 ZKW와 로보스타, 로보티즈, 엔젤로보틱스 등 10여건의 크고 작은 M&A를 진행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로 전환= ‘인화’에서 드러나는 LG의 유교적 가치도 수평적 조직문화로 전환되고 있다. LG는 구 회장 취임후 종전 5단계의 직급체계를 직책과 능력, 성과 중심의 3단계로 간소화했다. 자유롭고 유연한 업무 문화를 위해 청바지와 반바지 등 복장자율화를 도입하고, 매주 월요일은 ‘회의 없는 날’로 정했다. 수백명의 임원들이 모여 분기별로 개최한 임원세미나도 100명 미만이 참가하는 월별 포럼 형식의 ‘LG 포럼’으로 바꾸고 토론과 소통에 방점을 두고 있다.

LG전자가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에 마련한 ‘살롱 드 서초(Salon de Seocho)’는 연구원들이 소속과 직급에 관계없이 지식과 경험을 나누도록 함으로써 조직 전반의 토론과 소통을 장려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쟁사에 공격적 대응= 미래 먹거리 앞에서는 경쟁사와 정면충돌도 불사한다.

최근 전자업계에서 최대 화두는 단연 LG전자와 삼성전자 간의 8K TV 화질 논란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19’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QLED 8K TV에 대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선제공격을 날린 LG전자는 지난 17일에는 아예 경쟁사 제품을 뜯어가며 강펀치를 날렸다.

LG화학이 지난 4월 포문을 연 ‘배터리 소송전’도 LG의 공격적 태세 전환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이어 5월에는 ‘산업기술 유출 방지 빛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SK이노베이션 인사 담당 직원 등을 서울경찰청에 형사 고소한 사실도 17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압수수색 후 뒤늦게 알려졌다. 이처럼 민·형사상 조치를 동시에 진행하며 경쟁사 압박에 나선 것은 LG그룹 초유의 강경 대응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 이후 점유율 30%를 목표로 경쟁사와 정면승부에 나서기도 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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