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조사 연루 중심으로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함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을 이끄는 고위 당국자들이 행정 업무보다 ‘트럼프 대통령 엄호’에 바쁜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과 바 장관이 탄핵 조사에 점점 더 연루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충동을 점검하기보단 오히려 고무하는 ‘예스맨’들에 둘러싸여 있다”면서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두 관료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명성을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탄핵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의혹’에 관여된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내년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를 압박한 통화를 직접 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의혹 관련 국무부 관료들의 의회 진술을 놓고 탄핵 조사 중인 하원 민주당 의원들과 정면 충돌했다.
그는 민주당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외교위가 증언을 요구한 국무부 관료 5명이 의회 요청대로 진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對)우크라이나 외교 분야에서 활동해 온 5명에 대한 진술 요구가 “국무부의 저명한 전문가들을 협박하고 괴롭히고 부적절하게 대우하려는 시도”라며 “그런 전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어 “심각한 법적, 절차적 결함으로 인해 위원회가 요청한 날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며 “우리가 이 문제들에 대해 더 명확히 이해하기 전까지 국무부 관리들의 진술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원이 관료들에게 보낸 진술 요구 서한을 ‘자발적 출석 요구’로 본다며 요청 자료에 대해선 “기밀정보 및 행정특권과 관련해 제약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엥걸 외교위원장, 아담 시프 정보위원장, 일라이자 커밍스 정부감독개혁위원장 등 하원 상임위원장 3명은 성명을 내고 국무부 증인들에 대한 협박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통화를 폼페이오 장관이 들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만약 사실이라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제 하원 탄핵 조사에서 사실상 증인”이라며 “그는 자신과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국무부 증인들을 협박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외국 정부에 협력을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등 외국 당국자들을 직접 만나 법무부의 미 정보기관 조사 지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줄리아니 변호사는 우크라이나 통화 후 우크라이나 측 인사와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며 탄핵 조사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WSJ은 바와 줄리아니가 ‘긴장 관계’에 있다며 “대통령의 가장 유명한 변호사 두 명이 협력하기 위해 고투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