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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방위비 올려라” 전방위 압박…정부 ‘로키’로 맞서
-“협상 상대방 있어서”…미국 요구에 대응 자제
-경제성 따지는 협상 전략도 미국 불응 땐 난관
-“방위비도 결국 세금”…국회 반발도 협상에 부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호놀룰루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인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협상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 이후부터 적용할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제2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외교부 제공]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오는 2020년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분담금을 결정하는 한미 방위 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총액에 대한 이견만큼이나 한미 간 협상 전략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장 미국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직들이 대폭 인상을 공개 요구하고 있지만, 협상에 나선 우리 정부는 당분간 ‘로키’를 유지하며 상황을 살핀다는 입장이다.

29일 방위비 협상단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위비 분담’이라는 기본 원칙 아래 올해 분담금 수준(1조389억원)에서 일정 부분 인상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측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50억 달러(5조8390억원)과는 5배 넘게 차이 나는 상황이다.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은 부유한 나라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에 이미 합의했다”며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해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지난 25일 “다른 나라들도 단순히 세계의 안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나라의 안보를 위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방위비 인상 압박에 동참했고, 국무부는 2차 협상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주둔 비용을 지속하는 것은 미국 납세자들이 혼자서 책임져야 할 부담이 아니라 주둔으로 득을 보는 동맹 및 파트너들이 공평하게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당분간 ‘조용한 협상’ 전략을 구사한다는 입장이다. 방위비 협상 핵심 관계자는 “협상 상대방이 있는 데다가 어려운 협상이 진행될 수 있어 여러 상황을 감안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 대해서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양측이 제시한 분담금 규모에 대해서도 협상 상대방인 미국을 고려해 말할 수 없다며 “이번 협의 통해서 양측 입장을 확인하고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했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나 2차 협상에서 합의된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처럼 협상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이며 ‘로키’ 전략을 구사하는 우리 측 협상단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미국 측의 증액 요구가 강한 데다가 우리 측 요구가 대부분 거절되는 등 협상 자체가 위태롭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재정 전문가인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협상 대표로 임명하며 미국 측의 증액 요구안을 분석해 항목별로 따지는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0차까지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세부 예산안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도 항목별 협상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예산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인 국회도 우리 협상단에는 부담이다. 여야 의원 모두가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1조원인 방위비 분담금을 한 번에 6조원 가까이 늘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협상 진행 상황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과도한 증액은 국회에서도 거부감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방위비 협상 핵심 관계자 역시 “정 대표가 임명된 것은 외교나 방위 측면만이 아닌 예산과 관련된 경제적 요건을 함께 고민하라는 뜻으로 안다”며 “세금은 결국 납세자의 부담인데 방위비도 예산에 반영된다는 것은 (한국) 납세자의 부담을 어느 정도로 할 거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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