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 ‘한 지붕 세 가족’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서로 교류가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거듭되는 데 따른 것이다. 통합을 이끌어야 할 한국당 ‘투톱’에게 소통의 리더십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국당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최고위원 모두 자기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인재 영입 논란은 물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공천 가산점·표창장 논란 등 최근 ‘지지율 깎아먹기’ 행태가 모두 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대표는 지역으론 영남, 출신으론 관료·법조인, 직책으론 사무총장단과 접점이 큰 모습이다. 그는 전날 박맹우 사무총장(재선·울산·전 울산시장)을 단장, 이진복 의원(3선·부산·전 부산동래구청장)을 총괄팀장, 추경호 전략부총장(초선·대구·전 국무조정실장)을 간사로 한 총선기획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내년 총선 공천의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이미 당 안팎에선 “황 대표의 측근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신상진(4선·성남) 의원은 “총선기획단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황 대표가)영남당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은 이미 1차 인재 영입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히 황 대표와 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신보라 최고위원은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설에 대해 뒤늦게 입장차가 확인됐다. 조 최고위원은 박 전 육군대장의 ‘갑질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을 들어 영입 반대 뜻을 밝히면서 “(영입 사실을)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당 대표가 인재 영입에서 갖는 권한은 상당하다. 하지만 논란 여지가 있는 인사를 검토하면서 최고위원들과 논의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한 당협위원장은 “황 대표와 몇몇 측근들이 인재 영입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도 최근 지도부 전체 뜻과는 맞지 않는 의견을 내놔 논란을 만들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사를 받는 의원들은 공천 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했다. 또 조국 전 장관 낙마에 기여한 의원에게 표창장과 상품권을 주는 ‘셀프 시상식’을 진행했다. 황 대표는 이에 “공천 룰은 신중하게 발표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고, 조 최고위원은 “썩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대로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이들이 황 대표를 향해 박 전 대장 영입과 관련 반대 뜻을 내기 전 나 원내대표에게 “‘셀프 시상식’에 사과하라”고 주문하는 등 집단 행동이 거듭 확인되면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과 달리 구심점이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총선 전 서로 영향력을 더 발휘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결국 황 대표가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며 “차분한 리더십이 ‘조국 사태’때는 먹혔지만, 총선 정국에선 되레 내부 비판을 받을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