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간 서명 시기·장소는 아직
中 공식 발표…美는 언급 없어
백악관내 이견…낙관론은 경계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상호 단계적 관세 철회 방안을 포함시켰다. 무역갈등 완화 기대감을 북돋는 소식이지만 백악관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은데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되는 만큼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단계 무역합의가 있다면 관세 합의와 양보가 있을 것”이라며 협상에 진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는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중은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상호 고율 관세를 취소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힌 뒤 나온 첫 미국 고위 당국자의 실명 발언으로, 1단계 무역합의가 체결되면 최소한 기존 고율 관세의 일부분이 철회 또는 완화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미국 행정부 관리가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 일환으로 기존의 고율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언제, 어디에서 만나 합의문에 정식 서명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오펑 대변인 역시 날짜와 장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상호 관세철폐 소식은 시장을 들뜨게 만들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66% 올랐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도 각각 0.27%, 0.28%씩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주식시장 상승을 거론하며 “새로운 기록, 즐겨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의 대중 강경파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섣부른 기대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에 대한 관세를 철회할 경우 협상에서 미국의 지렛대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이견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힌 것과 달리 아직 미국은 백악관과 무역대표부(USTR) 등 어디에서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내부 갈등이 큰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정부 소식통마다 관세 철폐를 놓고 다른 발언을 전하고 있다며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WSJ에 “중국은 그들이 유리한 쪽으로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무역합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와 백악관의 분열을 이용,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희망사항’인 관세 철폐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경제위원회 비공개 행사에 참석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한 중국 고위 외교관이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시 주석과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해 보이지만 중국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