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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객기 격추’ 비판 확산…위기의 하메네이
반정부 시위대, 분노의 목소리
“부끄러운 지도자” 직접 겨냥도
국제사회 압박 수위도 높아져
트럼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대학교 정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대학생들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AP]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를 시인한 뒤 반정부 시위대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레 하메네이를 독재자에 비유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열렸던 반정부 시위는 테헤란은 물론 케르만샤, 야즈드, 셈난 등 여러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을 계기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가 여객기 추락 원인을 숨기고 거짓말을 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시위대는 수백만명 수준으로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수위는 매우 높았다. 시위대는 “우리의 적은 이곳에 있다”, “부끄러운 지도자, 무능한 지도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급기야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며 하메네이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되지만 성난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란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이 “격추 사실을 알았을 때 차라리 죽고 싶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정부 소유 일간지 이란보가 책임자의 엄중 처벌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냈지만 분노한 시위대의 신뢰를 얻기엔 부족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분노 증가는 미국의 엄격한 제재 아래에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란 당국에 대한 대중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8일 테헤란 국제공항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하자 기계적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조사단이 미사일 파편을 찾아내는 등 의혹이 짙어지자 결국 ‘인간의 실수’로 인한 미사일 격추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이란 전문가인 알람 살레 영국 랭커스터대 중동정치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 정부의 정통성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며 “시위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위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객기 추락으로 57명의 자국민이 희생된 캐나다의 쥐스텡 트뤼도 총리는 이날 추모 기도회에서 “정의를 추구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궁지에 몰린 이란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미 수천 명이 죽거나 투옥됐다”면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나는 당신들(반정부 시위대)의 편”이라며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다만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의 정권교체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트럼프 행정부는 그런 적이 없다”면서 “인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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