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03억달러에 육박
증시서 중국 투자자 ‘큰손’
미중 무역합의도 호재
시위에 타격을 입은 홍콩 경제가 올해 바닥을 찍고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콩 시민들이 환전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반(反) 중국 시위가 수 개 월째 진행돼 타격을 입은 홍콩 경제가 회복될 조짐이라는 전망이 부상해 관심이 모인다. 소매 판매와 관광 부문의 개선 신호는 미약하지만, 홍콩이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인 금융과 무역이 선봉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블룸버그는 올해 홍콩에서 기업공개(IPO)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기업이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는 걸 원하기 때문에 홍콩 금융시장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네티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경제전문가는 “중소기업 심리지수만 봐도 홍콩은 매우 유연하다”고 말했다.앞서 홍콩 정부는 중소기업의 심리지수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접어들어 소폭이나마 개선됐다고 밝혔다.
금융분야의 회복력은 괄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의 자체 집계 결과, 홍콩증권거래소엔 지난해 403억 달러가 모여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국 기업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KPMG는 홍콩의 올해 IPO는 38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지난해 12월 추정했다.
홍콩·중국 정부 간 관계가 냉랭한 것과 달리 중국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에서 여전히 ‘큰 손’ 이다. 작년 12월 이들은 홍콩 주식을 10개월 연속 순매수했다. 해외 투자자들도 홍콩을 거쳐 중국 본토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을 경유해 중국 주식에 매수하려는 흐름엔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HSBC·스탠더드차터드은행 등도 올해 홍콩 경제의 기초체력은 꾸준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1단계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라는 점이 홍콩엔 긍정적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반중 시위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홍콩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해 작년 10월 수출 물량은 2016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 TV에 나와 “우린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지만 제도적 강점과 핵심 경쟁력은 변화하지 않았다”며 “우린 회복력이 있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불황으로 타격을 가장 심각하게 입은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과감한 재정집행에 나서겠다고 지난주 발표하기도 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가계와 기업 부문의 자신감이 회복된다면 홍콩은 올해 바닥을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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