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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규의 작살]1승1패..은수미의 유니콘
은수미 악플 “묘지에 묻히다”
연기는 1패, 스토리는 1승
유럽 자전거여행 꿈꾸는 은다르크

[헤럴드경제(성남)=박정규·지현우 기자] 홍콩의 무협소설 대가 진융(金庸⋅김용)이 94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1972년 15번째 소설인 녹정기를 끝으로 절필을 선언한 김용 소설에는 그가 전하고 싶은 갖가지 명언이 등장한다.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은 소설속 명언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는 “내 무협에서 무공은 가짜지만 정신은 진실이고, 정의·공평·공정, 정의를 배웠으면 한다”고 했다. 사조영웅전에는 큰 협객이 나라와 백성을 구한다는 스토리가 골자다.

16일 기자에게 오랫만에 못다한 얘기나 나누자는 은 시장의 말에 선뜻 약속을 잡았다. 티타임은 시장실에서 이뤄졌다. 사실 식사를 하면서 오랜시간을 얘기하고 싶지만 바쁜 일정을 알기에 고집부리지 않았다.

은 시장을 만난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이상정치를 현실속에 녹이는 방법을 알고싶었고, 은 시장의 확고한 리더쉽 원천을 알고싶었다. 그러나 은 시장은 인터뷰 조건으로 자신의 로드맵 대신 그가 생각한 ‘시민’의 의미에 대못을 박았다.

그를 처음 만난건 지난해 성남시장 당선 직후였다. 그는 그때 재밌는 애기를 몇개 던졌다. 오프 더 레코드(off-the-record ·기록에 남지않는 비공식발언)조건이 달렸다.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유럽여행을 가고싶다는 얘기였다. 또 하나는 “시집가고싶다”는 농담 섞인 한마디였다. 그의 닉네임은 ‘필로버스터 악동’였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빼놓을 수없는 은수미 역사의 시작이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생존’이라는 두 글자가 연상됐다. 필로버스터에는 한국 정치사에서 은수미라는 세글자가 각인된 사건이다. 정치부 기자들이 공천이 힘들다고 했을때 그는“ 전 우수국회의원인데요”라고 반문했다. 열심히 일해 우수의원이 되면 당연 공천될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순수했다. 복잡한 정치공학상 ‘이상’을 추구한 그의 정치신념은 우수국회의원이라는 칭호가 별 대수롭지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정치는 계파고, 우수국회의원이라는 딱지는 별의미 조차 없다는 새로운 사실에 직면했다. 그래서 필로버스터가 탄생했다. 일종의 존재감 과시였다. 그는 필로버스터에 사활을 걸었다. ‘필로버스터 독종’이라는 칭호가 그에게 사실상 생존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은수미 성남시장.

사실 그는 알려진것처럼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과 공통분모가 많지않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후보로 다른 사람을 밀었다. 그는 그런 사실을 모를리 없다 이 지사 재판으로 두번이나 성남시가 털렸으나 볼멘소리 한번 한적없다. 이만하면 여장부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예산집행도 해봤지만 지자체 상황을 피부로 느낄수 없었다고 쉽지않는 고백도 했다. 비로서 성남시장을 하면서 국회의원이 지자체 사정에 좀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의 지자체는 제2의, 제3의 도약을 할 수 있었을 수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성남에서 은수미 기사를 쓰면 악플이 먼저 달려든다. 사실 그는 악플에 그다지 신경 쓰지않는다. 악플하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 은 시장과 시민불화설은 항간의 소문에 불과하다. 악플다는 사람은 악플만 단다.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그 악플이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은 시장에게 어떤 정치를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재임을 생각하고 있다. 벌인일도 많고 마무리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2019년 10대 시정뉴스를 보면 은 시장 업적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비교하면 손색이 없다. 이재명 컬러를 다소 유지하면서 자기만의 고유 칼라를 섬세하게 입혀 재탄생시켰다. 드론, 트램, 창조도시 등 경기지사가 신경못썼던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고 업그레이드를 했다.

그는 2심 선고를 앞두고있다. 어차피 다툼이 심해 대법원까지 가야 결론난다. 법원은 법원이고, 시장으로서 해야할 일은 소홀할 수가 없다. 그의 신년사를 보면 깜짝 놀란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중 논리가 단연 1위로 꼽힌다. 완벽한 도전정신이 녹여있다. 그래서 은수미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겨우 1년 6개월밖에 하지않았다. 하지만 예산은 많이 따왔다. 능수능란한 예산확보 수완은 지자체장의 제1의 능력으로 꼽는다.

은수미는 솔직한 정치인이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지자체 사정을 피부로 느끼지못한 점을 어렵게 고백했다. 솔직하고 담대하다. 그가 곧 죽을 것이고 재보궐선거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세간의 평은 기우일수도 있다. 하지만 개의치않는다. 할일은 반드시 하고만다는 무서운 집념이 불타올랐다. 그래서 그는 은다르크의 별칭을 갖고있다.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2심판결에 불만이 많다. 당연 대법원에서 무죄취지환송심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총선을 앞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예비후보에게 관심도 없다. 그저 시민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가 축구(성남FC)로 성남을 하나로 묶을려고했다면 은수미는 문화로 성남을 묶는다. 전사적인 이미지를 잠시 접고, 성남의 현안사항을 하나둘씩 착착 풀어나가고있다.

은수미의 역작은 그렇게 시작된다. 가냘픈 몸매이지만 그는 작은 거인이다. 카리스마넘치는 은수미의 앞날은 평온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진행형이다. (정치)연기는 1패이지만 스토리(정책)는 1승이다. 아버지가 사노맹을 할때 걱정많았지만 이젠 건강만 생각한다는 말을 하면서 목이메였다. 동 순회발표때마다 재건축안하면 ‘고소 고발하겠다’는 유행가(?)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기죽을 사람이 아니다.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유럽 자전거여행은 언제하냐고”. 그는 그냥 웃었다. 생각에 해도 기분좋은 일이 아닐수 없다. 그의 버킷리스트다. 하지만 그에겐 지금 유럽여행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조차 엄두를 못낸다.

유쾌·상쾌·통쾌는 그의 3대 장점이다. 시민행복 마차를 타고 불의 전차처럼 질주하는 은수미 질주본능은 결코 막을 수 없다. 그는 유니콘(Unicorn)이다. 결코 언더콘(Undercorn)이 아니다. 그의 도전은 막 본선 출발점에 도달했을뿐이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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