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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한 폐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6일 이른바 ‘우한 폐렴’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우한 폐렴과 같은 전염성 질병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정부 정책의 투명성이 필수다. 이는 중국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중국은 처음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 가능성에 침묵하다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언급하자 비로소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 결국 중국의 전체주의적 국가 통제 시스템이 병의 확산을 키웠다고 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지금 중국은 페스트와 동급인 갑류 전염병으로 우한 폐렴을 지정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그리고 그에 따른 투명성은 보건 의료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런 걸 보면 문 대통령의 언급이 당위론적으로는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 정권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말과 행동은,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신뢰를 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장하성 주중대사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을 때, 그는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에는 경제가 나아진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그가 중국대사로 간 이후 한참 시간이 흘렀건만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올 4분기 2%의 경제성장에 턱걸이했지만, 이를 뜯어보면 정부 재정이 성장률의 75%를 책임졌음을 알 수 있다. 재정 주도, 세금 주도 성장이라는 말이다. 이런 정부 주도의 성장이 기업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기만 하면 그나마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텐데, 그것도 아니다. 게다가 2019년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1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GDI란 국내에서 생산 활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표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고, 1월 7일 신년사에서는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해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벤처 투자가 4조 원을 돌파했고 다섯 개의 유니콘 기업이 새로 탄생했다. 반도체도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서도 수출 물량이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다”고 했다. 역대 최고라는 고용률의 실질적 내용과, 현재 22%를 웃도는 역대 최고의 체감 청년 실업률에 대한 실체를 아는 이들은,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부에 대한 신뢰가 싹 틀 수 있을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의 기초는 제도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제도에 대한 신뢰 역시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 권력의 최고봉에 있는 청와대라면 설령 압수수색 대상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압수수색에는 응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 이후에 문제제기를 하면 됐다. 그래야만 제도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렇지 않았다. 더구나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지만, 정작 자신들과 관련된 의혹이나 문제에 있어서는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에서, 제도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기는 힘들다.

제도와 정부에 대한 신뢰는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만드는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국가적 재난 대응에서 효율성을 증대시킨다. 이제라도 국민들이 전폭적인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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