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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속의 나, 내 눈속의 그림 33점
인간다움의 순간들 이진숙 저 돌베개

성숙하지만 머뭇거리는 앳된 몸을 지닌 벌거벗은 남녀가 후회와 고통으로 얼룩진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괴로워하고, 여자는 양 손으로 몸을 가린 채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온다. 원망인지 후회인지 슬픔인지 눈꼬리가 한참 쳐져 있다. 이들의 발끝에는 그림자가 길다. 르네상스 화가 마사초(1401~1428)의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이란 작품이다. 이들은 금기를 깬 죄로 에덴에서 막 쫒겨났는데, 그림자로 볼 때 해질녘, 서쪽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부터 인간의 고통이 시작됐다는 걸 성경적 어구로 국한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인간의 본성은 그렇게 대책이 없다.

이진숙의 미술에세이 ‘인간다움의 순간들’(돌베개)은 인간의 흔들리는 모습을 포착한 가장 인간적인 작품 33점의 이야기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21세기 초까지 서양미술사를 수놓은 101명 화가의 걸작을 세 권에 나눈 시리즈의 첫 권이다.

책은 이 ‘에덴에서의 추방’을 시작으로, 시복성인이 된 화가 프라 안젤리코의 프레스코화 ‘조롱당하는 그리스도’를 통해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읽어내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술사 최대의 스캔들 메이커 ‘모나리자’에 얽힌 웃지못할 이야기와 대한민국 정치 희화화의 대상이 된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등을 거쳐간다.책은 바다와 하늘이 소용돌이 속에 엉킨 ‘눈보라’를 그리기 위해 폭풍우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 낭만주의 화가 터너로 끝나는데 여운이 길다. 저자는 인간의 조건과 변화, 영원을 포착하려는 화가들의 시선을 따라 혹은 그 뒤에 은닉된 것과 함께 동시대 작가들의 차이를 찾아 친절하게 안내한다.

작품이 소장된 갤러리, 미술관과 함께 화가들이 살았던 시대의 미술 사조, 시대적 배경 등을 요약해 놓아 이해에 도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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