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25.1%로 양강 형성…바이든은 4위로 추락
늑장 개표 속 컨벤션 효과 무색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4일(현지시간) 오후 발표된 아이오와 코커스 중간집계 결과 깜짝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은 뉴햄프셔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는 부티지지 전 시장의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미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늑장 개표’로 인한 혼란 속에 또 다른 이변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간의 ‘양강 대결’이 점쳐졌던 경선의 중간 판세가 30대 주자인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즈 시장으로 기울면서다.
일찍이 ‘대세론’을 형성해 온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예상을 밑도는 득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에 따라 바이든과 샌더스, 그리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주도해 온 민주당의 전체 경선 판도가 전면 재편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부티지지 ‘깜짝 선두’…샌더스와 新양강체제 형성하나= ‘신예’ 부티지지 전 시장은 대선의 첫 관문인 이날 코커스에서 중간집계 1위라는 기염을 토하며 경선 판도 변화의 중심에 섰다.
아이오와 민주당은 4일 오후 5시께 62% 가량 개표가 진행된 중간집계 결과를 발표, 부티지지 전 시장이 26.9%의 득표율(대의원 확보비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샌더스 의원은 25.1%를 득표하며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워런 상원의원이 18.3%, 바이든 전 부통령 15.6%의 득표율로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외신들은 전체 개표 결과에서 순위가 뒤짚어 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하면서도, 군소 지지자들의 탈락으로 발생한 부동표가 대거 부티지지 전 시장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했다.
38세의 부티지지 전 시장은 기성 정치가들과의 차별화를 강조, ‘차세대 주자’로서 경선 레이스 내내 선두권의 뒤를 바짝 쫓아왔다. 그는 학교 교사를 재직하는 남편을 둔 동성애자이자, 해군 정보관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경력도 있다.
정치 신예로서 첫 코커스에서의 선전은 부티지지 전 시장에게 ‘좋은 출발’ 그 이상으로 평가된다. 벌써부터 민주당의 유력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버락 오바마 후보가 대권의 발판을 마련한 지난 2008년 경선의 재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NN은 “100% 개표 결과가 나오면 결과가 바뀔 수는 있지만, 부티지지가 매우 좋은 밤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할여지가 없다”면서 “이 30대 시장은 기성 정치 브랜드들과의 대결에서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고, 오늘 그 것을 얻었다”고 전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중간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현재의 결과와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자신이 지역사회 혹은 가족에게 속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것은 자신과 자신의 조국을 믿어도 된다는 증거”라며 소감을 밝혔다.
경선 출마 이후 줄곧 대세론을 형성해 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발표된 아이오와 코커스 중간집계에서 4위로 추락했다. [AP] |
▶샌더스 ‘만족’…바이든 “이제 시작”=부티지지 전 시장과 사실상 2강 구도를 형성케 된 샌더스 상원의원은 중간집계 결과에 만족을 표했다. 일반 투표에서는 26.3%를 얻으며 25.1%를 득표한 부티지지 전 시장을 앞선 것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샌더스 캠프의 제프 위버 선임고문은 “우리는 아이오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면서 “일반 투표에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샌더스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첫 코커스에서 참패의 굴욕을 당하면서, 민주당 경선 레이스를 지배해온 ‘대세론’마저 무색케됐다. 아직 개표가 남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순위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공약 부족·고령의 이미지 등이 패인으로 거론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경선에서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중간집계 발표 이후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아이오와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리고 그 너머까지 우리의 주장을 가져갈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개표 결과 지연 ‘참사’…컨벤션 효과 기대 어려워= 3일 진행된 아이오와 코커스는 집계과정에서 보고 시스템의 앱 운용 오류로 하루가 지나서야 중간집계 결과가 나오는 혼란을 겪었다.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첫 코커스를 시작으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를 노렸던 민주당의 ‘큰 그림’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추후 최종결과가 나오더라도 혼선으로 인한 신뢰성 논란이 불거질 공산도 높다.
첫 코커스부터 빚어진 총체적 혼란은 곧바로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의 개표 참사를 조롱하며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는 완전한 재앙”이라며 “그들이 이 나라를 이끌었을 때처럼 아무것도 작동을 안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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