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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불멍톡 4>우중캠핑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최근 뒤늦게 관람한 영화가 하나 있다. ’유열의 음악앨범’이란 제목의 이 영화는 유명 라디오프로그램을 매개체로 청춘남녀 사랑을 담은, 개인적으론 그저 그랬던 영화다. 오히려 스토리보다 더 인상적인 한 장면이 있었으니. 남녀 주인공이 가게 지붕 밑에 앉아 물끄러미 장맛비를 쳐다보는 신이다. 둘은 아무 말이 없다.

별것 없는 이 장면이 이젠 귀한 일이 됐다. 원래 비는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다. 비는 특유의 소리가 있고 냄새가 있으며 온도가 있다. 가끔 캠핑을 떠난다. 우중캠핑의 하이라이트는 타프 아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다. 온전히 비를 느낄 수 있기에 그렇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현대인은 온전히 비를 느낄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이제 우린 사무실 창 밖으로 비를 볼 뿐이다.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고 촉감도 없다. 그러니 감흥도 없다. 비를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이 부러웠던 건 풋풋한 젊음이나 사랑 등의 때문이 아녔다. 온전히 비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던 탓이다.

예전 헤럴드디자인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강연 때였다. 그는 본인의 건축철학을 소개하며 공원과 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공원에서 책을 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는 배경음악이 되고, 귀를 스치는 바람은 독서를 더 즐겁게 한다. 아파트 방 안에서 책을 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위층 슬리퍼 끄는 소리만 들려도 책장을 덮게 된다.”

층간소음을 차단할 기술은 날로 발전하지만, 역설적으로 현대인은 갈수록 층간소음에 민감해진다. 최근에 오히려 층간소음은 사회적 이슈로 비화되고 있다. 이는 문제가 데시벨(dB)이 아닌 우리에게 있다는 걸 방증한다. 우린 계속 세상과 담을 쌓고 있다. 점점 갇혀 살고 있다. 세상과 단절된 삶은 ‘소통’을 ‘소음’으로 만든다. 발코니가 사라지고 베란다마저 방이 된 한국 아파트에선 세상을 느낄 길이 없다는, 한 건축가의 토로도 같은 맥락이다.

비와 함께 맞이하는 캠핑장 아침. 두둑 텐트를 노크하는 빗방울. 텐트 지퍼를 열면 한층 짙어지는 빗냄새와 빗소리. 떨어지는 빗방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들. 하품과 기지개. 나른한 빗소리가 우중캠핑 아침을 연다. 요즘 세상엔 좀처럼 겪기 힘든 ‘행복한 소음’이 우중캠핑의 매력인가 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캠핑 팁

우중캠핑은 감성캠핑의 끝판왕 격이지만, 대가는 혹독하다. 평소에도 항상 비옷 하나는 챙겨두는 게 좋다. 김장용 대형 비닐도. 비 맞으며 텐트 철수를 한번 경험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일단 무조건 비닐에 넣는 걸 추천한다. 평소처럼 깔끔하게 정리할 수도 없고 되지도 않는다. 비 때문에 철수 시 부피나 무게가 평소와 크게 다르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철수하게 되면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건조시켜야 한다. 그게 또 일이다. 각오가 필요하다. 자신 없다면 먹구름이 몰려올 때 어서 철수하는 게 답.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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