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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종닭 숯불구이·꽃게살 비빔밥·칠게장…전문가의 혀를 사로잡은 맛
문정훈 교수·임영란 대표 추천
꽃게살
칠게젓

입맛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많이 먹어본 사람들의 ‘미식 기준’은 남다르다. 전문가의 기준이라면 믿고 먹어볼 만하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대중에게도 얼굴을 알린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소장)는 남도 ‘최고의 맛’으로 두 가지 음식을 추천했다.

먼저 전남 동도에서 맛볼 수 있는 ‘토종닭 숯불구이’다. 해산물 천국으로 익숙했던 남도 밥상에 ‘토종닭 숯불구이’는 상당히 낯선 메뉴다. 문 교수는 “잘 자란 토종닭을 그 자리에서 도축해 참기름 베이스에 소금, 설탕, 간장, 마늘을 넣은 양념을 묻혀 부위별로 분할해 굽는 요리”라고 말했다. 토종닭 숯불구이가 특별한 것은 기존의 찜이나 튀김, 탕을 벗어난 조리방식으로 만든 요리라는 점이다. 문 교수는 “닭 요리는 대체로 후라이드 치킨의 형태나 삼계탕이 일반적인데, 전라도 사람들은 닭을 구워먹었다”며 “토종닭 숯불구이는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요리다”라고 말했다.

전남 동도에서 토종닭 숯불구이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맛집은 광양의 ‘지곡산장’이다. 이 곳에선 인근 농장에서 받아온 토종닭을 제한된 양만 판매한다. ‘대한민국은 숯불구이의 민족인데 왜 닭은 구워먹지 않을까’하는 의문에서 시작됐다는 토종닭 숯불구이.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전라도 특유의 장의 짧조름한 맛, 토종닭의 껍질이 어우러진 ‘천상의 맛’”이라는 것이 문 교수의 평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광양까지 가기 힘들다면, 서울 마포에 위치한 ‘이박사의 신동막걸리’에서 비슷한 토종닭 숯불구이를 맛볼 수 있다.

전남 서도에서 만나야 할 특별한 음식으로는 ‘꽃게살 비빔밥’을 추천했다. 꽃게살 비빔밥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요리다. 생게를 해동해 칼로 친 다음 게의 살을 일일이 짜낸 후 살에 양념장을 묻혀 내온다. 문 교수는 “양념장이 묻은 게살을 밥 위에 올려먹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며 감탄했다. 기존의 꽃게장과는 조리법과 먹는 법도 다르다. 꽃게장은 보통 껍질째 먹고 뱉어내지만, 살로만 만 든 꽃게살비빔밥은 먹는 동안 버려지는 것이 없다.

문 교수는 “꽃게살 비빔밥을 먹다 보면 죄책감이 든다”며 “깔끔하게 발라낸 살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뽑아내는데, 게살을 이렇게 막 먹어도 될까 싶을 정도다.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라고 말했다. 목포의 미락식당이 ‘꽃게살 비빔밥’의 일인자다. 목포가 먼 사람들은 서울 서초동 연안식당을 들려보면 좋다.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7호 남도의례음식 이수자인 임영란 담희전통음식연구소 대표는 전라도에선 각 지역의 향토음식을 반드시 맛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라도를 대표하는 주요 향토음식으로는 광주의 용봉탕과 애저찜, 목포의 홍어삼합, 여수의 돌게장, 순천의 짱뚱어탕과 고들빼기김치, 광양의 숯불갈비, 담양의 떡갈비와 죽순요리, 화순의 흑염소탕, 보성의 꼬막정식, 고흥의 피굴과 붕장어탕, 영암의 어란(魚卵), 강진의 한정식, 해남의 닭요리, 영광의 굴비구이 등을 들 수 있다.

임 대표는 “고향이 영광이라 어린 시절부터 먹었던 바닷가 음식들을 추천하고 싶다”며 “특히 곡성의 참게탕, 영광의 굴비는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임 대표의 ‘원 픽’은 칠게젓이다.

임 대표는 “뻘에서 나온 게들이 온몸에 진흙을 칠칠맞게 묻힌다고 칠게라고 부른 게가 있다”며 “칠게를 앉은뱅이 절구통에 미세하게 갈아서 젓갈을 담가 먹는데 밥도둑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칠게는 다른 지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식재료로 재래시장에 가야만 구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이런 젓갈 종류가 지금까지도 전라도의 독특한 향토음식으로 이어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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