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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이라서…” 모스크바에선 불심검문, 베이징 아파트에선 “검사해라”
“이미 검역받았는데…뒤늦게 격리 명령”
中에서는 주민자치위가 격리 강요하기도
외교부 “국민 피해 없도록 각국 설득 중”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대한항공 탑승수속장에 운항 중단을 알리는 대한항공의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달 21일 러시아에 입국한 한국인 A 씨는 지난 3일 러시아 경찰로부터 강제 자가격리 명령서를 발부받았다. 입국 당시 러시아 정부로부터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고, 입국 제한 대상도 아니었지만, 불심검문에 나선 현지 경찰관은 A 씨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발열 체크와 검역을 진행했다.

입국 후 14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 경찰은 A 씨에게 14일간의 자가격리를 명령했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강제추방 또는 형사처벌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는 경고까지 받았다. 결국, A 씨는 러시아 당국의 명령에 따라 자가격리를 진행 중이다.

사업차 지난달 모스크바에 입국한 B 씨 역시 최근 모스크바 시내 한복판에서 경찰로부터 불심검문을 당했다. B 씨가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경찰관은 현장에서 발열을 확인하고 입국 목적과 행선지 등을 캐물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체류하다 입국했다는 B 씨의 설명에 강제격리 명령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현지 업체 관계자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동양인에 대한 러시아 경찰의 불심검문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한국인이라고 하자 오히려 코로나19 문제를 더 걱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은 비슷한 피해 신고가 이어지자 “모스크바 시 경찰 및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이전에 입국하고 14일이 경과되지 않은 입국자들에 대해 검문, 전화 등을 통해 자가격리를 명령하는 경우가 확인되고 있다”며 “자가격리 명령을 받은 경우 예외 없이 이를 준수하여야 하며, 불이행 시 러시아 관계 법령에 의해 벌금 및 강제추방 등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반복되고 있다. 외교당국의 설득으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의 과도한 제한은 줄어들었지만, 지역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한 공공연한 차별 대우는 여전하다.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阳)구에 거주 중인 교민 C 씨는 지난달 인근 아파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며 덩달아 불안에 떨고 있다. 확진자 발생 소식 후 아파트 주민 자치위원회에서 한국인 거주자에 대해 별도의 공지문을 보내고 발열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경고를 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현지에 거주 중인 C 씨는 주민위원회와 대화 끝에 강제 조치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인 이웃들의 경계 탓에 귀국을 고심하고 있다.

C 씨의 사례처럼 중국 내에서는 한국인 교민을 상대로 한 ‘사적 제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피해 신고가 급증하며 외교부는 전 주중 공관이 나서 지방정부를 통한 시정에 나선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에서 부당한 강제 조치를 하지 않음에도 일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인에 대한 부당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를 확인하고 있다”며 “공관에서 지방 정부를 설득해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자치위원회 등의 사적 제재를 엄중히 단속하겠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에 대한 부당 대우가 반복되며 국내에서도 이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한국인이 국제 왕따가 되고 있다. 외국에 나간 국민들의 수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는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한다거나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며 현지에 신속대응팀을 파견하는 등 우리 국민 보호 대책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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