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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당장 탈당은 보류”…그러면서 황교안에 공 넘긴 홍준표, 왜?
洪 “막천 바로 잡아달라” 黃 향해 최후통첩, 그 의미는
김형오 위원장 건너뛰고 황대표에 “컷오프 재고” 요구
“난 황교안 견제의 희생양”…주말까지 지켜보겠다 압박
명분없이 탈당땐 ‘배신·공천 반발자’ 프레임 걱정한듯
황 대표 조치 없을땐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수순 밟을듯
“당원 배신않고 할만큼 했다” 명분 쌓은뒤 총선 줄달음
“홍준표 다운 결정” 멘트 보듯 양산서 김두관과 싸울듯

홍준표 자유한국당 (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지난 9일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직접 나서서 (양산을 컷오프를) 바로 잡아달라. 시한은 주말까지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칼날’에 컷오프 당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화살을 황교안 대표에게 돌렸다. 자신이 양산을 공천에서 컷오프(공천배제) 당한 것을 수긍할 수 없고, 억울한 일이니 황 대표가 이를 시정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황 대표를 향해 “선거도 임박하고 하니 조속히 답을 달라. 그 이후에는 제가 취할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컷오프를 물리지 않으면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 등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황 대표에 공을 넘기며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대표는 지난 9일 경남 양산의 본인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양산을 컷오프와 관련해 “이건 공천이 아니라 막가는 막천”이라며 “경쟁자 쳐내기와 김형오 위원장의 사감이 겹쳐 저를 궁지에 몰아 넣는 막천이며 이 공천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막천을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서 바로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공관위가 아닌 통합당 대표를 겨냥한 컷오프 불복 선언인 셈이다.

사실 홍 전 대표의 이런 행보는 예상돼왔다. 양산을 컷오프를 당했을때 정가에선 홍 전 대표가 공관위 결정을 그냥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라는 반발 시나리오는 충분히 예견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양산을 컷오프 결과를 발표한 직후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참 야비한 정치 한다”고 김 위원장에 직격탄을 날렸고, 몇시간 후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 배제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홍준표 다운 행동인지 오늘부터 숙고하겠다. 숙고는 길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후 어쨌든 홍 전 대표는 3일간의 ‘숙고’를 했고, 그 결과 컷오프 불복과 함께 황 대표를 향해 컷오프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다만 홍 전 대표는 이날 탈당은 보류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홍 전 대표의 ‘숙고’의 흔적으로 본다. 컷오프가 억울하다고 해서 곧장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봤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대표였고 한때 보수진영의 대선주자였던 그가 공천배제를 당했다고 해서 당장 탈당하는 것에는 당원들이 실망감 또는 배신감을 느낄 수 있기에 최후의 선택을 잠시 미뤄놓은 것으로 보인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컷오프됨으로써 홍 전 대표와 동병상련의 입장이 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앞서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나는 한때 대선주자였던 사람인데, (김 전 지사처럼)같이 움직이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뜻을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가 이날 “(공천 탈락 결과에) 기다렸다는 듯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할 수 없는 것은 300만 당원들이 눈에 밟혀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홍 전 대표로선 당장 탈당하는 것은 또한 공당의 공천 결정에 대한 반발로만 비쳐질 수 있어 부담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홍 전 대표로선 억울할 수 있지만, 어찌됐든 컷오프를 결정한 곳은 통합당 공관위다. 후보는 이유불문하고 공관위 결정에 수긍해야 할 필요도 있다. 공관위 결정에 불복해서 탈당을 한다면 홍 전 대표에겐 ‘공천 불복자’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닐 수 있다. 이걸 경계했다는 것이다.

정가에선 이날 홍 전 대표가 공관위 쪽이 아닌 황 대표에게 공을 넘긴 것에 주목한다.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며칠내로 선택해야 할지 모를 탈당과 무소속 출마 명분을 쌓기위해 ‘희생양 프레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즉, 이번 컷오프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홍준표라는 잠재적 대선 경쟁자’를 내치기 위한 ‘황교안의 집중견제’가 숨어있기에 자신은 억울하게 희생됐고, 그랬기에 당원들에겐 죄송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탈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논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KF94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

통합당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황 대표에게 ‘조속히 답을 달라’고 했고, 시한을 주말까지 못박은 것을 보면 황 대표의 전향적 조치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말 이후 탈당과 무소속 출마 선언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는 황 대표로서도 ‘홍준표 컷오프’를 되돌려 놓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시각과 맞물려 있다. 황 대표로선 김 위원장 및 당 공관위가 결정한 사항을 번복할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하고, 그럴 의지도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홍 전 대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관위에 대한 공천 불복 보다는 황 대표에게 그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황교안 견제로 내쳐졌다’는 명분을 쌓고, 이를 탈당의 배수진으로 연결하는게 낫다고 홍 전 대표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 전 대표는 이번 공천 컷오프가 황 대표와 김 위원장의 공동작품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컷오프 당한) 이 공천은 (황 대표의) 경쟁자 쳐내기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감이 겹쳐 저를 궁지에 몰아넣는 막천”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위원장에 대한 공세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고, 황 대표의 ‘경쟁자 죽이기’ 프레임을 부각시키는 일에 홍 전 대표가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가 황 대표에 대한 공격을 고리로 향후 수순을 밟는 것은 현재 황 대표의 위상과 관련이 커 보인다. 황 대표는 어찌됐던 보수 진영 최고의 대선주자급이다. 현재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밀려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보수 진영에선 그래도 1등이다. 이런 황 대표 못잖은 ‘같은 대선주자급’으로 스스로 여기는 홍 전 대표가 황 대표를 향해 “본인의 대선을 위해 나를 희생시키지 말라. 나를 죽이면 탈당할 수 밖에 없다”는 마지막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황 대표의 그릇이 종지만 한 지 큰 그릇인지 보자. 이번 양산을 공천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판단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 것은 이와 관련이 커 보인다. 홍 전 대표는 나아가 황 대표가 공관위 결정을 번복해 자신에게 양산을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민주당을 유리하게 만드는 이적행위에 불과할 것이며 당 대표가 그런 결정을 한다면 당 대표 자격이 없다. 그렇게 하면 종로 선거는 잘 되겠느냐”고도 했다. 홍 전 대표로선 자신이 만약 탈당을 하게 되면 어디까지나 황 대표의 책임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입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통합당 다른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지금 탈당하면 ‘험지출마’를 요구한 당 공관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공천 결정에 불복했다는 이미지가 씌워질 있다”며 “그걸 알고 있는 홍 전 대표로선 황 대표의 집중 견제에 따른 희생양이라는 당원들의 동정심과 이해가 어느정도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홍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당에 25년 헌신하고 당 대표를 두 번 하고 대선후보까지 하며 당을 구한 저를 모욕과 수모를 주면서 내팽개친다는 것은 정치 이전에 인간이 할 도리는 아니다”라며 자신이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선택지도 주목 대상이다. 홍 전 대표는 당초 고향인 창녕 출마를 원했으나, 공관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양산을 출마라는 절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고향 출마 불발시 제2안으로 양산에서 여권의 거물급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대결구도를 원한 것이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고, 양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이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홍 전 대표로선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온 곳이다. 무소속 출마의 경우 그래서 양산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출마에 대해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의원) 배지 한번 더 달기 위해 쉬운 길은 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공천 심사를 해 경선도 좋으니 양산에서 문 정권을 심판하고 김두관(민주당 양산을 후보) 의원을 잡겠다”고 덧붙였다. 정당한 공천 통과를 거쳐 양산에서 싸우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말해 공천 재심사가 없고 결국 내쳐질 경우, 양산에서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해 김 의원과 자웅을 겨루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정가는 해석한다.

홍 전 대표의 행보, 즉 탈당이든 무소속 출마든 그의 선택은 막판 대반전이 없는 한 이번 주말 이후 확인될 것이다. 그가 스스로 말했던 ‘홍준표 다운’ 길의 당위성 역시 그때 재차 거론될 것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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