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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현장에서]계속되는 경계실패에 두 번 머리숙인 軍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군은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보완하고 기강을 재확립토록 하겠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6월 20일 오전 11시 이런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닷새 전인 6월 15일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아무런 제지 없이 무단 진입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장관이 전후 사정을 살펴본 뒤 경계 실패로 결론 내린 것이다. 사과문을 읽는 장관의 비통한 표정에서 '앞으로 다시는 군의 경계 실패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묻어나왔다.

장관은 "15일 발생한 북한 소형목선 상황을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방부 장관이 허리를 구부린 채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모습은 지난해 군이 보여준 가장 굴욕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공군참모총장, 합참의장을 역임하며 영예로운 군인의 길을 걸었던 장관은 크나큰 오점이 될 사건 앞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하여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9개월여 만에 또다시 군의 경계 실패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7일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절단하고 기지 안으로 무단 진입해 2시간 가량 활보했다. 16일에는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에 민간인이 무단 진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앞서 지난 1월 3일에는 한 민간인이 진해 해군기지에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가 1시간 반가량 배회한 일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군의 경계작전이 총체적인 허점을 보였다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사건의 경우, 침입자가 발생하면 경보음이 울리는 감시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70여개의 CCTV 화면이 있는 상황실에서는 침입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철조망 절단 현장은 초소 근무자가 침입 1시간 후에야 발견했고, 상황 발생 시 5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5분 대기조는 상황실 조치가 늦어져 침입 2시간 후 출동했다.

수방사 방공진지나 진해 해군기지는 뒤늦게 외부인 침입 사실을 파악해 '뒷북' 대응을 했다. 군에 따르면, 진해 해군기지 정문에서 근무 중이던 군사경찰 3명 중 1명은 전화를 받느라, 2명은 출입차량을 검사하느라 무단 진입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정 장관은 17일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다시 한 번 대국민 사과성 메시지를 냈다. 그는 "지난해 북한 소형목선 상황 발생 후 다시는 경계태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통렬한 반성'을 언급했다.

경계작전은 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임무이다. 비싼 돈을 들여 고가의 첨단 신무기를 아무리 많이 확보하더라도 경계가 뚫리면 무용지물이다. 올해 국방예산은 사상 처음 50조원을 넘길 정도로 군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이어지고 있고, 무기고에는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고가의 첨단 신무기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군 내외에서 물질의 풍요 속에 정신의 빈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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