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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자를 없애라…몸은 고통받고 있다

  • 산업혁명의 산물, 의자가 몸 바꿔 놓아
    움직임 줄어 관절 기능 상실, 등근육 약화
    진화와 환경의 불일치로 몸은 고통의 늪
    하루 6~12km 움직인 구석기 시대 인간
    농경생활 정착으로, 신장 줄고 뼈 약해져
    쇼파에 두 시간 앉아 있으면, 몸은 동면상태
    운동이 걷기 대체 못해…‘무조건 움직여라’
  • 기사입력 2020-03-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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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전까지 인간의 발은 활동으로 지속적인 자극을 받았으며 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뼈는 밀도가 높았고 연조직은 팽팽하고 질겼으며, 발의 아치도 높게 올라간 상태를 유지했다. (…)아치가 몸의 구조를 지탱하는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면 발목, 무릎, 엉덩이, 척추, 목 등이 도움을 주려고 한다. 문제는 이것들이 실제로 도움을 줄 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의자의 배신’ 에서)

인간에 의해 환경이 완전히 바뀐 현재를 인류세로 부르면서, 특히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이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인간 몸의 변화다. 인류세의 몸은 다양한 관절의 가동범위가 사라져, 과거와 다른 몸이 돼가고 있다. 수백만 년 사바나를 돌아다니고, 수천 년동안 걸어다니며 땅을 경작하던 몸이 의자에 갇힌 건 불과 수십 년에 불과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의 발은 한달 내내 1킬로미터도 움직이지 앉는다. 초기 인간이 하루 8~14킬로미터 이동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인류 역사상 가장 발을 사용하지 않는 종족이 된 것이다. 진화의 몸과 하루종일 앉아있는 환경의 불일치로 몸이 삐걱되는 건 당연하다.

건강, 운동, 환경 등의 문제를 폭넓게 탐색해온 바이바 크레건리드 박사는 '의자의 배신'(아르테)에서 기후변화, 신종 전염병, 만성질환, 정신 질환 등 인류세의 위협의 중심에 편리함과 쾌적함의 상징, 의자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류의 수 억년 진화과정과 의학, 신체과학을 넓고 깊게 오가며 앉아있는 행위가 우리 몸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들려준다.

일상에 의자가 도입된 건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 지난 200만년 이상 인간의 시간에 의자는 없었다. 초기 인간의 활동은 주로 사냥과 먹는 일이었는데, 먹을 때는 쪼그려 앉아 먹었다. 인간의 발은 장기간 보행에 최적화돼 있었다. 거친 발바닥 피부, 발과 허리를 잇는 거대한 근육, 긴 종아리 근육 등을 이용해 하루의 대부분을 움직이면서 보냈다.

수렵을 끝내고 한 곳에 정착, 농경생활로 바뀌면서 신체는 변하기 시작한다. 좀 더 적게 걷고, 오르고 , 사냥하는 대신 도구를 사용해 경작을 효율화하고 저장과 보존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한편 동물을 길들여 이용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걸어서 돌아다니기를 멈추면서 인간의 몸은 쪼그라들고 변하기 시작한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로 골격도 바뀌었다. 평균 신장은 급격히 줄었는데, 이 과정은 너무나 과격해서 수만 년이 지난 지금까지 키를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또한 뼈는 얇아지고 턱의 모양도 바뀌게 된다. 치아는 작아지고 숫자는 늘어났다.

농경기술과 가공기술, 저장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도시화의 진행, 도시 내 농업의 발전으로 결핵 등 인구밀집성 질병과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생활방식과 환경은 급격히 변한다. 몸의 움직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운동이란 개념이 등장한다. 건강하게 지내려면 추가적인 움직임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 때 등장한 게 바로 의자다. 의자는 고대 권력의 상징이었으나 산업혁명 이후 편안함을 추구하는 움직임 속에서 급속히 보급된다.

저자는 1910년 이후 화이트칼라, 사무 노동자의 등장에 주목한다.

앉아있기와 앉아서 하는 일은 몸이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었던 움직임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근육이 짧아지는 것보다 더 심하게 인간의 몸을 약하고 무능력하게 만든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앉아 있으면 등 근육이 점점 약해지고 근육이 약해지면 관절에 이상이 생기기 쉽고 이상이 생긴 관절은 움직임과 힘이 달라지고 탄성이 줄어들어 척추 구조를 변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볼프의 법칙에 따르면, 뼈의 밀도는 이용하지 않으면 잃게 된다. 연조직도 마찬가지다.

앉아 생활하는 것이 심혈관 대사 질환에 위험요소라는 연구결과도 상당량 축적된 상태다. 몸을 뒤로 기대로 몇 시간만 있으면 몸은 일종의 동면 상태에 돌입한다. 쿠션에 기대 두 시간만 앉아 있어도 혈액순환이 늦어지고 혈당이 떨어지며 당뇨병, 비만, 심장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대사작용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의 혜택이 오래 앉아 있음으로 인한 신체 손상을 상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앉아서 보내는 시간의 총합이 중요하다.

앉아 있기와 조기 사망도 연관성이 있는데, 한 실험에 따르면 하루에 열 시간 앉아 있었던 사람들은 텔로미어가 짧았다. 여덟 살 정도 나이가 더 들었다는 결과다.

저자는 “홀로세 동안 혁신과 변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우리는 편안한 것을 가장 좋은 것으로 ,빠르고 쉬운 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좋게 느껴지는 것을 진짜 좋은 것으로 계속 잘못 판단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의자를 없애야 할까? 저자는 기능성 의자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수건을 이용해 발 앞쪽을 최대한 몸 쪽으로 당기는 운동이나 발뒤꿈지를 최대한 들었다가 내리는 운동 등도 발이 제대로 기능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걷는 움직임이지 근력이나 스트레칭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어디에서든 주기적으로 또는 종일 몸을 움직여야 하며, 앉아있는 행위를 질병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일상에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한 18가지 지침을 제시하는데, 하루 1만보 걷기, 자주 맨발로 활동하기, 의자생활에 저항하기 등이다. “우리 발이 움직이면 도미노효과가 일어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dom

의자의 배신/바이바 크레건리드 지음, 고현석 옮김/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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