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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대원의 현장에서] 한반도 뉴스가 사라졌다

한반도 뉴스가 사라졌다. 매일같이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그리고 북한 관련 소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2017년은 ‘위기’의 한해였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와 이에 대응한 미국의 ‘코피전략’으로 대변되는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한반도 위기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탓이었다. 2018년은 ‘반전’의 한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며 한반도 평화 기대감을 높였고 위기는 화해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2019년은 ‘교착’의 한해였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 되면서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도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은 4분의 1이나 지나갔는데도 딱히 정리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1만여명에 육박한 데다 사망자가 160명을 넘어서고 이후 심각한 경제위기가 예견된 상황에서 한반도 뉴스는 한가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세계사가 멈춰 섰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한반도정세의 주요 축인 북한과 미국 역시 코로나19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반도 뉴스가 사라졌다고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주요 플레이어들의 움직임마저 멈춘 것은 아니다. 우려되는 것은 이들의 움직임이 화해를 가리켰던 반전이 아닌 위기를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를 거론해가며 코로나19와 관련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이들 국가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국민이 굶주리는 동안에도 폭탄과 미사일, 핵능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능력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폼페이오 장관의 말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속 인도적 지원을 한다면서 상대국 지도자를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진정성을 감지하기도 어렵다.

당장 최고지도자의 ‘존엄’을 절대시하는 북한은 발끈했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을 내세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망발’로 규정하면서 미국과의 대화 의욕을 접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자신들을 건드리면 다친다면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북한은 ‘우리의 길’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작년 연말 개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북제재를 버티는 자력갱생과 핵 억제력 강화의 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이 같은 설전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지만 서로 책임전가 이상의 의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 한반도 뉴스를 보게 될 때 또다시 ‘위기’라는 표현에 직면해야하는 게 아닐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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