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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막말·막말에 제명·제명…총선 엿새 남긴 통합당 왜 이러나
김대호 ‘세대비하’ 이어 차명진 ‘세월호’ 막말 논란
통합당 최고위 김 후보 제명·차 후보 윤리위 회부
김종인 위원장 “참으로 송구한 마음” 대국민사과
고개 숙인 지도부…다만 후폭풍 완전차단 불투명
선거 D-6, 전체 선거판 주요변수 될지 시선집중
미래통합당은 광화문 세월호 텐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보도한 기사를 TV토론에서 언급한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를 제명키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차 후보는 지난 6일 녹화된 OBS의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세요? ○○○ 사건”이라며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유세활동 중인 차명진 후보. [연합]

이쯤되면 자충수라고 표현하기도 뭣하다. 거의 자멸까지 거론될 수준이다. 나흘째 총선 후보자들의 ‘막말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얘기다. 총선(4월15일)이 엿새 밖에 남지 않았는데, 후보자들의 막말 논란을 수습하는데 당 선대위나 지도부가 공력을 낭비해야 하다보니 정작 선거다운 선거를 위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끝나는 게 아니냐는 자조의 말도 통합당 내부에서 나온다. 그만큼 위기의식이 절정에 달했다.

이번에는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세월호 발언’이 문제가 됐다. 차 후보는 지난 6일 녹화된 부천병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를 거론했다. 그는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서울 광화문광장)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동병상련으로 국민성금 다 모아 만든 그곳에서 있지 못할 일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거 차 후보의 세월호 막말을 문제 삼자 이런 말을 꺼낸 것이다. 차 후보는 특히 “혹시 ○○○사건이라고 아세요”라고까지 했다. 구체적인 문란 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건’이란 수위 높은 단어까지 쓴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예전 ‘세월호 막말’ 논란에 대해선 “진짜 세월호 유가족 마음에 상처를 드렸으면 이 자리를 빌려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국민의 동병상련을 이용해 세월호 성역, 텐트에서 있지 못할 일을 벌인 자들, 그분들을 향해 그런 얘기를 한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차 후보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글을 올렸었다. 이에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 토론회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통합당엔 탄식소리가 흘렀다.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깊은 한숨도 이어졌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도저히 국회의원 후보 입에서 나왔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라며 “당장 제명 처리하라”고 강경 태도를 취했다. 황교안 대표 역시 유튜브 방송 ’황교안 라이브‘를 통해 “차 후보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인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마음의 고통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저와 모든 통합당 후보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모든 언행을 되돌아보고 진심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더욱 잘하겠다”고도 했다.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세대 비하’ 발언 논란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이 의결된 미래통합당 관악갑 김대호 국회의원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

통합당 내부에서의 위기감은 극도로 치달았다. 통합당 관계자는 “총선을 며칠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그토록 선대위에서 후보자들의 입조심을 당부했는데, (차 후보의)이런 발언이 나와 내부적으로도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악화된 여론을 어떻게 수습할지 당황스럽다”고 했다.

통합당의 이런 당황해 하는 분위기는 ‘막말 논란’이 차 후보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 관악갑에 출마한 김대호 후보는 지난 7일 한 지역 방송국 주최로 열린 ‘서울 관악갑 후보자 초청 방송토론회’에 출연, ‘장애인 체육시설 건립’에 관한 질문에 “장애인은 다양하다. 1급, 2급, 3급…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은 모든 시설은 다목적 시설이 돼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모두 장애인이 된다’고 한 대목이 논란을 촉발했다. 당장 ‘노인 비하’라는 뒷말이 일었다. 김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발언에 대해 “노인 폄하는 커녕 노인 공경 발언이었다”며 “악의적 편집”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뜻이 왜곡돼도 한참 왜곡됐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통합당은 김 후보의 주장과 무관하게 제명키로 한 것이다. 앞서 전날에도 김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회의에 참석해 “30대 중반에서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그냥 막연한 정서,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해 설화를 일으켰다. 3040이 통합당에 대해 냉랭하다는 시각에 대한 이유를 그렇게 풀이한 것인데, 곧장 3040 세대 폄하 논쟁으로 커졌다. 3040을 중심으로 한 여론은 싸늘했고, 통합당 내부에선 “3040 표는 다 날아가게 생겼다”는 장탄식이 흘러 나왔다.

통합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당은 곧바로 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후보를 제명키로 의결했고, 지난 8일 밤 최고위원회를 통해선 김 후보 제명을 확정했다. 황 대표 주재로 열린 이날 최고위에는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광림·김영환·신보라·이준석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이들 6명의 최고위원은 만장일치로 제명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더해 차 후보의 ‘세월호 막말’ 논란까지 발생하자 통합당 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가중된 것이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차 후보의 세월호 발언과 관련한 논의도 했다고 한다. 최고위는 차 후보를 윤리위에 넘기기로 했다. 이진복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차 후보에 대해선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해서 최고위가 강력한 우려를 표시하고 윤리위를 빨리 열어 징계절차를 밟아달라고 통보하기로 했다”고 했다. 차 후보 역시 제명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질 공산이 커 보인다. 차 후보까지 제명이 확정되면 통합당으로선 두개의 지역구(관악갑·부천병)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최고위에서 김 후보에 대해선 만장일치 제명을 확정하고, 차 후보에 대해선 윤리위에 회부하는 등 속전속결 강수를 둔 것은 총선 전체판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구 2석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지역구에 악재로 연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이 담겼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이 8일 국회에서 '차명진, 김대호 후보의 제명 사태'와 관련한 선거대책위원회 실무회의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통합당 관계자는 “(막말) 하나를 수습하면 또 하나가 터지니 ‘마가 끼어도 단단히 낀’ 상황이 됐다”며 “선대위와 지도부의 제명조치와 적극적인 사과로 최근의 막말 논란이 더이상 번지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관련해 김 선대위원장은 9일 차 후보와 김 후보의 ‘막말’에 대해 “참으로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두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해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고 화나게 한 것 정말 죄송스럽다”며 “이건 말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따질 문제가 아니며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국의 후보자와 당 관계자들에게 각별히 언행을 조심하도록 지시했으며 그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라고 약속드릴 수 있다”며 “또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전날 황 대표에 이어 김 위원장이 고개를 숙인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대국민사과로 차 후보나 김 후보 등의 설화 후폭풍이 가라앉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차 후보나 김 후보가 당 지도부의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수용 불가”를 밝히면서 완주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에 총선 직전까지 두 사람의 ‘막말’ 뒷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차 후보는 자신의 세월호 발언이 문제가 되고 당에서 제명 등의 조치를 하려는 흐름 앞에서도 본인 SNS를 통해 ‘공지’ 형식으로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고, 선거운동을 계속합니다”라고 했다. 당으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김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 재심을 청구하고 완주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속한 제명 처리를 앞세운 당의 전광석화 수습 의지와는 반대로 당사자들이 반발하면서 그 잡음의 여진은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선대위나 지도부의 후보자들을 향한 ‘입조심’ 당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막말 사태’가 이어지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일각의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이래저래 통합당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사흘 연속 터진 총선 후보자들의 ‘역대급 설화’, 그 앞에서 부랴부랴 극약처방을 내놓은 당 선대위, 그러고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하는 분위기의 그 여파. 이게 탈태환골과 함께 대안정당이라고 큰 소리치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진정한 모습인지 안쓰럽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확히 총선 D-6, 유권자들은 이런 통합당의 현주소를 어떻게 바라볼까. 엿새 후면 그 시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당,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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