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사진)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화와 관련해 “군대가 ‘워게임(전쟁용 모의실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방식처럼 국가·지역·국제기구가 혼합돼 정기적인 ‘세균게임(germ games)’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23일(현지시간) 영국 경제매체 이코노스미스트에 낸 기고에서 “2차 세계대전 뒤 지도자들이 추가 분쟁 방지를 위해 유엔(UN)과 같은 국제기구를 창설했듯 2021년 이후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예방기구를 준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균게임은 박쥐 혹은 조류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며 “아울러 말썽꾼이 자국 실험실에서 전염병을 만들어 무기화하려는 시도에도 준비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팬데믹에 대비한 연습을 함으로써 세계는 생화학테러 행위를 방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준비에서 부자 국가가 가난한 나라를 끌어안기를 희망했다. 특히 빈국에 기초적인 공중보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원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든, 고립주의를 지향하는 정부든 지금 동의를 해야 한다”며 “바이러스엔 국경이 없고, 우린 모두 싫든 좋든 미세한 세균망으로 인해 생물학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이번 팬데믹이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나라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그 나라 의사가 그걸 찾아내 최대한 빨리 억제하길 바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3가지의 큰 의학적 돌파구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했다. 첫째는 백신 개발이다. 그는 “재래식 백신 개발과 달리 병원균을 많이 배양하는 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유전자 코드의 세포 주입 방식으로 백신을 훨씬 빨리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 희망은 2021년 2분기까지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새 질병을 인지한 뒤 이에 면역력을 갖게 하는 데 역사상 최단시간의 업적이라고 설명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다만, 백신이 나오기 전까진 각국 정부가 자택대피령 등 각종 제한 조처를 완화해도 삶이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질병에 노출되길 꺼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감 탓에 수요 감소 유지·보수적 소비지출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한다는 예상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두 번째 의학적 돌파구는 진단 분야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다음에 새 바이러스가 불쑥 등장하면 사람들은 임신 테스트하는 것처럼 집에서 검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막대에 소변을 보는 대신 콧구멍에 면봉을 넣는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돌파구로 항바이러스약을 지목했다. 가장 투자가 덜 된 분야로, 박테리아를 물리쳤던 데 비하면 바이러스에 맞설 약을 개발하는 데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게이츠 이사장은 전망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