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4일부터 공장 정상화
스페인 외출·야외활동 순차허용
미국 주정부서도 잇단 완화조치
스페인 정부가 부모 동반 어린이의 외출을 허용한 지난 주말, 시민들로 넘쳐나는 세비야의 한 거리. 유럽 주요 코로나19 발병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하에 전국적 봉쇄령 완화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 [EPA]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강력한 봉쇄령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왔던 주요 발병국들이 서서히 빗장을 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 아래 봉쇄령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유럽 주요 발병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미국에서도 상점의 영업의 허용하거나 주민의 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등 주 정부 주도의 경제 정상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제한 완화가 코로나19 확산의 불씨를 다시 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진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린 제한 조치들이 서서히 해제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유럽에서 가장 먼저 봉쇄령을 내린 이탈리아는 내달 4일부터 기업·공장 운영을 정상화하는 등 경제 활동 재개를 본격화한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2324명, 260명이다. 일일 사망자가 200명대로 떨어진 것은 6주만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가 뚜렷한 안정세에 돌입했다고 판단, 이르면 27일 봉쇄령에 대한 단계적 완화 계획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제 모든 이들을 위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단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탈리아 당국은 시민들의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하며 감염 확산 방지에 대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콘테 총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존중하지 않으면 감염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탈리아를 사랑한다면 거리를 유지하라”라고 강조했다. 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까지 휴교조치가 유지된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스페인도 봉쇄령 완화를 시작했다. 스페인에서는 이날 2870명의 신규 확진자와 288명의 신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사망자수 기준 지난 3월 2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4일부터 봉쇄령을 시행해온 스페인은 이날 처음으로 부모와 동행하는 경우에 한해 14세 아동의 외출을 허용했다. 스페인 정부는 다음 주말부터는 성인들의 야외활동도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앞서 스페인은 지난 13일부터 건설·제조업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출퇴근을 허용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경제 정상화를 꾀하는 주 정부가 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주 정부의 선택에 맡긴 상태다.
조지아주와 오클라호마주, 텍사스주, 알래스카주가 일부 소매점들에 대한 영업재개를 허용했고, 하와이주는 낚시나 운동하는 이들을 위해 해변을 개방했다. 27일부터는 테네시주와 콜로라도주, 미네소타주, 몬태나주, 아이오와주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에 나선다. 아이다호주는 3일부터 종교시설을 재개방키로 했고, 미주리주도 4일 거의 모든 사업체에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환자수가 3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성급한 이동 제한 완화와 경제 정상화 움직임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99만3263명이다. 지난 15일 200만명을 돌파한 이후 12일만이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98만7160명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스페인(22만6629명), 이탈리아(19만7675명), 프랑스(16만2100명), 독일(15만7770명), 영국(15만2840명), 터키(11만130명) 등이 따랐다.
누적 사망자는 지난 26일 20만명을 돌파한 이래 현재 20만6910명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누적 사망자수 10만명을 넘어선 지 보름 만에 20만명을 넘어섰다.
제프리 섀먼 컬럼비아대 전염병학자는 “감염이 늘어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늘어날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연방정부 전문가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동안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보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는 여름 내내 우리와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미정·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