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염병 권한 강화 주장
美는 NGO 직접지원 계획도
중국보건기구냐는 비판까지 받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한 쪽으로 국제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을 미국·호주 등이 집요하게 걸고 넘어지면서다. 관건은 강도와 속도다. 압박 수준별로 3가지 시나리오를 추릴 수 있다.
▶UN사무총장 직보 형태의 독립조사 패널 구성= 핵심은 현 코로나19 국면에선 WHO를 믿을 수 없으니, 외부 전문가로 짜인 독립조직을 만들어 WHO가 적절히 대처했는지 따지자는 것이다. 미국·일본·호주 등이 WHO가 중국 편향이라는 공세를 지속하는 걸 감안해 중간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미외교협회(CFR)등이 최근 제안했다. 조사결과는 WHO를 건너뛰고 상급기관인 UN의 사무총장에게 직접 보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르면 주도적인 역할을 할 특사를 UN사무총장이 지명한다. 시기는 가능한 한 빨리다. 독립적인 조사가 늦어지면 국가별로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팬데믹을 정치화해 국제적 긴장만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WHO로선 떨떠름한 제안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사무총장은 최근 조사를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적절한 때’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당장 코로나19 대응이 급하다면서다.
▶WHO 권한 강화와 국제기구 팀플레이=전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틀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법적 권한이 강화된 매커니즘이 거론된다. 아란차 곤잘레스 스페인 외무부 장관 등이 제시했다. WHO에 더 많은 집행권을 주자는 게 골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저지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걸 회원국에 강제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온건적이면서 단계적 해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주요 20개국(G20), G7,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통한 정치·경제·환경적으로 통일된 보건 접근법도 필요하다고 했다. WHO에만 맡겨 놓지말고 주요 국제기구·협의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중개인’ WHO 왕따하고 NGO 직접 지원= 미국은 아예 WHO를 무력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개인(middle man)’을 거치지 말고 각종 공중보건 사업을 지원하라고 국무부에 지시했다. WHO를 고사시키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것보다 더 센 발언이다. WP는 미국은 WHO 지원금을 공중보건 문제를 다루는 비정부기구(NGO)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다른 관리들과 사적 대화에선 WHO와 유사한 기구를 세워 미국의 코로나19 지원금을 대신 받게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