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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곳에 가고싶다…김영하 작가의 시칠리아 여행기

‘한 달 혹은 일 년 살아보기'란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트렌드가 작가 김영하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까? 10여년전, 그가 시칠리아 여행기를 냈을 때, 여행은 길어야 10여일 돌아보는 것으로 생각했던 이들에게 ‘살아보기’는 환상으로 비쳐졌다.

당시 그는 한예종 교수이자 방송진행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몸이 서너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잘나갔다. 그런 그가 화려한 정착민으로서의 삶을 모두 청산하고 밴쿠버와 뉴욕, 그리고 시칠리아로 떠돈 2년반 동안의 얘기는 화제가 됐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직전, 종이지도를 보고 찾아가다 길을 잃어버리고 공중전화로 숙박을 예약하던 시절, 책은 수많은 이들의 방랑본능에 불을 지폈으며, 그의 화끈한 단절을 놀라워하고 부러워하면서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었다.

2009년 출간된 바로 그 책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가 새로운 장정과 제목으로 다시 나왔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복복서가)은 방송사 제작진이 작가에게 어떤 곳을 여행하고 싶냐고 묻자,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라고 말한 게 떠올라 제목으로 삼았다고 했다.

왜 시칠리아였을까. 서울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시칠리아에서 작가는 왜 그곳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다정하게 다가와 도와주는 사람들, 허둥대지 않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 장엄한 유적과 지중해의 풍경 속에서 작가는 자기 안의 어린 예술가와 조우하게 된다.

이번 책에는 현지 음식을 어설프게 만들어 먹던 이야기 등이 새로 추가됐다. 작가 특유의 디테일과 유머가 살아있는 책은 여행과정에서 겪게되는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해 배우는 것, 허울을 벗고 나와 잠잠히 마주하게 되는 여행의 본질을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오래 준비해온 대답/김영하 지음/복복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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