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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 남성을 제물로…다시 보는 ‘봄의 제전’
봄의 제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시대가 변해도 명작의 가치는 영원하다. 천재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F. Stravinsky)의 음악은 시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안무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관객들을 열광케했다. 그중 ‘봄의 제전’은 춤의 세계에서 안무가들에 의해 자주 리메이크되며 다양한 버전을 창조했다. 봄의 신에게 땅의 풍요를 기원하며 산 제물을 바친다는 러시아 이교도의 제의적 내용을 담고 있는 ‘봄의 제전’은, 음악이 갖는 토템적 분위기와 함께 감각적 리듬의 변화, 예측 불가능한 템포, 자극적인 불협화음이 주된 특징이다.

최근 국립현대무용단은 ‘댄스 온 에어(Dance On Air)’ 프로젝트를 통해 안성수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봄의 제전’을 다시 선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환경의 확산 속에서 ‘네이버 공연’과 ‘브이클래식(V CLASSIC)’을 통해 ‘봄의 제전’의 실황 편집본이 관객과 만났다.

수많은 버전을 탄생시킨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많은 안무가들의 꿈이며 도전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봄의 제전’의 선율을 섬세하게 타고 넘으며 역동적 에너지로 채웠다. 또한 안성수(안무)는 작품 속에서 이교도들의 제의에 대한 서사적 흐름 보다 직관적 요소들을 끌어내며, 음악적 재해석을 바탕으로 원작에서 나타나는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를 굴절시켰다. 이교도의 의식에서 일반적으로 표현되는 남성 사제 중심적 발상에서 주제적 역발상을 통해 오히려 남성을 희생자로 설정했다. 또한 여성 사제가 선택 받은 남성을 제물로 바치는 등 여성적 이미지의 우월함을 강조했다.

움직임의 구성은 불규칙적으로 변화하는 잦은 변박과 강세를 보이는 음악적 사용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나름의 짜임새를 갖추며 전개됐다. 특히 잘 훈련된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수려하고 에너지 넘치는 멋진 순간들이 공연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유로우면서 세련된 군무의 또렷하고 대담한 움직임은 고조되는 음악의 속도와 함께 빠르게 매혹됐다. 등의 곡선을 타고 연결되는 팔의 반복적인 빠른 선회에서 폭발적인 역동성을 보여줬다. 또한 파도치듯 흔들리는 무용수들의 양 팔이 불규칙하게 휘저어지는데 그 모습이 겹겹이 쌓이면서 몽환적이면서도 긴박감이 교차하는 시점을 만들어 내며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이 됐다.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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