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지속에 ‘깨알 지시’
승전기념행사·개헌투표 연기
‘막강권한 과시’ 스케줄 차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주지사 등 연방주체 수장들과 코로나 19 관련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크렘린 제공]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관련, “지방의 치료인력, 전문의, 응급의료 서비스 등이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부드럽게 연결돼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28일(현지시간) 현재 9만3000명을 넘어 세계 8위에 오르는 등 상황이 개선하지 않자 ‘현대판 차르(재정 러시아의 황제)’에게서도 조바심이 읽힌다.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지사 등 85개 연방주체 수장과 코로나19 대응 화상회의를 갖고 “일일 신규 확진자수가 비교적 안정화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리 계획과 조처 등을 점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와 산업통상부에 의료장비 생산을 늘리라고 지시했다”며 “중소기업을 포함, 지역의 산업 생산 능력을 최대치로 사용해 이런 계획을 충족할 수 있게 엄격하고 영구적인 통제를 확실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인공호흡기는 올해 초 매달 60~70개 생산했지만 4월엔 800개로 늘어났고, 진단키트 일일 생산량도 9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일회용 재료와 장비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다.
그는 러시아 내 전문병상이 애초 계획보다 많은 11만6000개 준비됐다는 숫자를 거론, “각 지역이 모든 생명을 살리기 위한 싸움에 100% 준비돼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선제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다시 반복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수주내 현재 수용능력으론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는 지역은 추가로 전문병상을 배치하는 조치를 즉시 취하라”고 했다. 이어 “우린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고려해야만 한다”며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기다리지 말고 여러분의 지역에서 보건시스템의 자원을 늘릴 모든 기회를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현재로선 병상이 우선순위이지만, 보건 시스템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성공적으로 대응토록 효과적으로 작동해야만 한다”며 하나의 기계처럼 의료서비스가 연결돼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말 종료될 예정이던 근로자 유급 휴무기간은 5월 11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노동절 연휴(5월 1~5일)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 연휴(5월 9~11일) 사이에 낀 사흘을 유급휴무일로 정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한 조처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5월 중순부턴 각종 제한조처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나갈 뜻을 시사했다. 5월 12일부터 관련 조처를 해제하는 데 필요한 기준과 고려 요소를 담은 권고안을 다음달 5일까지 마련하라고 정부와 보건당국에 지시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런 ‘깨알지시’는 코로나19 탓에 집권 스케줄이 꼬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그렇게 훌륭하진 않은 푸틴의 봄’이라는 글에서 승전기념 행사 연기, 2036년까지 집권하기 위한 개헌 국민투표(4월 22일) 연기 등 막강한 권한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승전기념행사와 관련해 기념일 당일인 9일 모스크바 상공에서 군용기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주요 도시에선 축하 불꽃놀이가 펼쳐질 거라고 했다. 지난 16일 붉은 광장 군사퍼레이드 등 대규모 행사는 연기한다고 밝혔는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장이 없는 한에서 일부는 강행하겠다는 발표다. 푸틴 대통령은 붉은광장 퍼레이드는 향후 반드시 개최할 거라고 확인했다. 홍성원 기자